트럼프 vs 의회 갈등…러시아의 美대선 개입 여부 논란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과 의회 중진과의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존 메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 2명과 찰스 슈머 차기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잭 리드 민주당 군사위 간사 민주당 상원의원 2명 등 4명의 중진 의원은 11일 오전 긴급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는 초당파적인 문제"라며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개입한 의혹에 대해 공화·민주 양당이 의회에서 전면조사를 실시해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케인은 상원 정보위·외교위·군사위원회의 지도부가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러시아 대선개입의 영향과 의도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이들의 성명은 전날 워싱턴포스트가 "미 중앙정보국(CIA)은 트럼프의 승리를 돕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매케인 등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을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들의 움직임이 자신의 당선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격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개입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를 문제 삼는 건) 우스꽝스런 이야기이며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측의 또 다른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해킹이라는 문제는 흥미가 있지만 (누구 소행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러시아가 그랬는지 중국이 그랬는지 혹은 어딘가 침대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그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러시아 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사실인 것으로 규정한 CIA 등 정보기관에 대해 트럼프가 보복을 가할 것이란 지적이 대두하고 있다. 가디언은 전직 정보관리들을 인용, "트럼프가 다음달 20일 정식 취임하면 정보분야에 대한 보복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자신의 권위를 손상한다고 간주하는 개인이나 기관을 철저히 파괴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난 똑똑하기 때문에 (CIA 등으로부터) 앞으로 8년 동안 같은 내용을 같은 단어로 국가 기밀 정보 등을 매일 브리핑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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