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세탁 의심되는 금융거래 신고 의무…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에도 적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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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하경제 규모가 크고 부패가 심각하다. 사회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비금융사업자 겨냥 법 개정 세미나

9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금융전문직·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제도 도입 방안’ 세미나. 정부는 ‘검은 돈’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세탁방지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금융기관에만 있는 의심거래 신고 의무를 변호사·공인중개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직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박종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세금 면탈이나 부동산·세무·회계 장부 조작 등 자금세탁의 방법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게이트키퍼(문지기)를 확대해 범죄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변호사·공증인·회계사·세무사·귀금속상·공인중개사 등 6개 업종을 자금세탁의 모니터링 업종으로 꼽았다. 정부가 2009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자금세탁방지법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업종이다.

FIU에 따르면 한국이 2019년 FATF 상호평가 실사 대상이기 때문에 늦어도 2018년부터는 시행돼야 한다. 상호평가란 FATF가 규정한 40개의 권고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지 회원국 간에 평가를 내리는 제도다. 낙제점을 받는다면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고,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있다.

변호사 등 관련 업계의 이해를 구하는 게 과제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는 변호사법 26조(비밀유지 의무) 등 법적 상충 문제가 제기됐다.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안이 상정되면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과세자료법처럼 능동적 보고 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행정기관이 요구할 때만 제출한다든지, 의심거래 보고의 주체를 변호사협회에 둔다든지 하는 절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조사관은 “변호사 등 직종은 의뢰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동시에 공익 제고에 책임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며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을 통해 변호사의 판단에 따른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든가, 위헌 소지가 적은 부분부터 선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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