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사퇴시킬 수 있나? 탄핵 외엔 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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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행사 어디까지 Q&A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은 어디까지일까. 특히 탄핵심판 기간(최장 180일) 중 재판관 2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어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전 총리의 역할이 잣대가 될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의 권한 등을 살펴봤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임기가 3월 13일에 만료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나.
국무조정실은 “인사혁신처에서 헌법을 해석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인사혁신처는 “1급 이하 공무원 인사에 대한 법 해석 권한만 있다”며 “헌법재판관 등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우선된다”고 밝혔다. 학계의 다수는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은 1~2개월의 한시적 역할에 머문다는 점에서 소극적 권한 행사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헌법재판관이나 법무부 장관 등 중요한 인사권의 행사는 권한대행자가 그들을 임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견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 학계 다수 “안 돼”
트럼프 접견 → 법적으로는 가능
국정교과서 통과 → 논란 소지 많아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 심판 기간은 수개월인 반면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며 “탄핵안이 헌재에서 부결되는 경우를 감안해 재판관 인사는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관을 교체하는 등 적극적인 인사는 할 수 없지만 임기가 종료된 헌법재판관처럼 공석을 채우는 것은 현상유지적 권한 행사로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황 권한대행을 사퇴시킬 수 있나.
없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 시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71조)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권한대행을 탄핵하지 않는 이상 강제 사퇴시킬 수 없다. 다만 자진 사퇴는 가능하다. 이럴 경우 정부조직법에 따라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날 수 있나.
권한대행으로 국가 원수나 외교사절을 접견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적 외교 문제는 안보적 차원이나 경제 여파 등을 고려할 때 권한대행의 직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국이 황 권한대행을 만나겠다고 판단할지는 별개 문제다.

외교사절에 대한 접견이나 신임자 임명, 파견 등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국군통수권 역시 권한대행이 전쟁 선포 등이 아닌 방어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외국과 조약 체결이 가능한가.
제한된다는 의견이 많다. 임지봉 교수는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 헌법 60조에서 명시된 7개 조약은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권한대행이 현실적으로 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조약 체결 등도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어야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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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나.
의견이 엇갈린다. 박 대통령의 핵심 추진 정책 중 하나였던 교과서 국정화는 최근까지 논란이 적지 않다. 권한대행이 이를 통과시키려 할 경우 권한 여부를 떠나 정치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종수 교수는 “논란이 있는 정책을 권한대행이 무리하게 통과시키려 할 경우 국민적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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