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의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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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일 하오4시 중앙대 캠퍼스 본관 앞 광장.
3백여명의 학생들이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관 앞에 모여든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문에 대기했던 완전무장 진압경찰 2백여명이 교내로 들어온다.
돌과 최루탄의 공방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하나 둘 도서관쪽으로 밀려난다. 경찰은 도서관을 향해 직격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직격탄에 맞아 도서관 유리창 20여장이 땡그랑 땡그랑, 깨져 내렸다. 자욱한 최루탄 연기.
『야, 너무들 한다.』
『도서관에다 최루탄을 쏘면 어떡해. 』
눈도 뜰 수 없는 가스에 꿀룩거리며 여기저기서 외마디 비명들이 튀어나온다. 예상을 훨씬 벗어난 경찰의 강공진압.
도서관 옆 화단에서는 최루탄이 터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났다. 빨리 소방호스 꺼내. 』
학생들은 와중에도 재빨리 도서관에서 소방호스를 꺼내 화단에 붙은 불을 껐다.
최루가스에 좇기면서도 학생들의 산발적인 투석전은 계속됐다.
경찰은 다시 3백여명을 후문으로 진입시켜 협공작전(?)에 나섰다.
하오6시, 한바탕 격전의 막을 내리고 캠퍼스를 완전 장악한 경찰은 철수했다.
흩어졌던 학생들이 하나 둘 다시 모여들었다.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교내 광장에 모여 학생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울분을 터뜨린다. 6명의 학생은 저마다 새끼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쓰기 시작한다. 『독재타도. 』
경찰이 교내에 들어오기 전 「구속학생석방」「교내민주언론쟁취」 등 학내문제였던 구호가 어느새 정치구호로 바뀌고 있었다. 「강경의 악순환」이 또 한바퀴를 구르는 모습이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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