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단하루 겉치레 선심|어린이날이 더 괴로운 동심|공원 유원지서 밀리고 짓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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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른도 고생, 어린이는 더 고생이다.
1년에 한번 어른들의 선심내기·곁치레 어린이날 행사로 어린이공원을 비롯, 유명유원지 등 서울에서만 한꺼번에 2백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줄서기대회·혼잡경연·바가지상혼·불결짜증에 어이없는 미아소동까지 겹쳐 정작 즐거워야 할 어린이들이 수난을 겪었다.
올해로 어린이날이 정해진지 65돌. 환갑도 더 지난 연륜과 함께 세상도, 가정도 어린이를 아끼고 과보호하는 등 딴판으로 달라졌는데도 옛모양 그대로다.
이제 어린이날도 알맹이 없는 법석을 벗어나 오붓한 가족모임, 조촐한 동네잔치, 보다 교육적인 소규모 행사 등 넓고 깊게 참뜻을 살리는 방향으로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교육계에서 제시되고 있다.
치안본부집계에 따르면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겹친 5일 전국의 행락인파는 올 들어 최고였던 지난 일요일 1백40만명의 3배에 이르는 4백18만명. 미아만 3천3백52명이 발생하는 소동이었다.
◇혼잡경연=서울의 경우 과천서울대공원에 32만명, 서울어린이대공원에 24만명, 지난주 새로 개장한 번동 드림랜드에 11만명 등 자그마치 2백여만명의 인파가 유명유원지·고궁 등에 몰려나왔다.
이 때문에 서울사당동∼남태령∼과천서울대공원까지 5km구간은 이른 아침부터 차량행렬이 장사진을 이뤄 평소 5분거리가 40분씩 걸렸으며 매표소마다 1km이상 매표행렬이 뙤약볕에 늘어서 1∼3시간씩 기다려야했다. 화장실·음료수·휴게시설이 절대부족해 보도 위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난장판 풍경.
이 법석통에 어린이대공원에서 7백82명, 서울대공원2백41명 등 서울에서만 1천여명의 미아가 발생했다.
◇짜증구경=부모와 함께 과천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보러온 이성주군 (8·용산국교1년) 은 『상오10시30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 3시공연을 겨우 봤다』면서 『하루종일 다른 구경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몹시 지쳐 피곤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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