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탄핵 즉시 사퇴” 일각선 “초헌법적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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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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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7시 국회 정문 앞.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문재인 여의도 촛불’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을 향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날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는 건 나라가 망하더라도 자기만 살겠다는 심산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냐”고 하자 시민들은 “맞습니다”고 응답했다.

헌법상 대통령이 물러나는 경우는
헌재 탄핵 인용 또는 자발적 하야 뿐
김무성 “문, 조기 대선 욕심 드러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9일)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 같은 초헌법적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은 국회에서 가결돼도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헌정질서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이유로 박 대통령이 지난 3차 담화에서 “국회에서 거취를 결정해 주면 거기 따르겠다”고 한 발언을 들었다.

그러나 헌법상 대통령이 물러나는 경우는 헌법재판소가 국회가 가결한 탄핵안에 대한 인용 결정을 하거나 대통령의 자발적 하야 등 두 가지다. 다른 방법은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국회가 거취 결정) 제안 자체도 사실상 위헌이다.

국민의당에서도 탄핵 가결 시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6일 통화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며 “3차 담화 때 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요식절차에 불과한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각 퇴진 요구가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반 헌법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도 “국회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헌법과 현행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국회에서 초헌법적 해법이 나오는 건 대통령 탄핵 명분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 “탄핵이 가결되고 난 후에도 대통령은 언제든지 사임할 수 있다”며 “본인 스스로 결단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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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후 황교안 총리를 교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현행법을 뛰어넘는 주장이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총리 교체 문제에 대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없다. 찾아보면 다 방법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상 총리 지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 총리 임명이 불가능해진다. 황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법률이나 헌법 위반 사실이 없으면 발의 자체도 어렵다. 탄핵 이후 국면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후 로드맵이 없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런저런 대비를 왜 안 하겠느냐”고 답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여야는 대통령 탄핵 후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며 “대권 욕심보다 애국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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