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월남억류 파월근로자 12년만에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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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산베트남에서 12년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파월근로자 최기선씨(56·전남 화순군 화순읍 신기리260)가 25일 KAL636편으로 태국으로부터 귀국, 그리던 가족들과 만났다.
최씨는 68년1월 상패제작회사인 건명기업사원으로 파월됐다가 75년 4월30일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치화형무소에 수감됐었다.
최씨는 지난해 2월 부인 이우복선씨가 외무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남편의 석방을 탄원,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석방을 교섭, 지난 1월6일 베트남정부로부터 출국허가를 받아 지난 23일 베트남을 출발해 태국대사관에서 보호를 받다 귀국했다.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운동화차림에 백발이 성성한 최씨는 초췌한 모습으로 김포에 도착, 갑작스런 자유세계로의 귀로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최씨는 세관입국장을 나와 헤어질 때 14세였던 장남 최팔룡씨(33·호남탄좌개발공무과전기기사)가 『아버지! 저 팔룡이예요』라며 껴안자 『네가 정말 팔룡이냐』며 기억을 더듬는 듯 주춤하다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말을 잇지 못한 채 장남·장녀 명옥·2남 경환군 등 3남매를 껴안았다.
최씨의 부인 이씨와 2녀는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68년1월 상패제작회사인 건명기업사원으로 파월돼 근무하던 최씨가 죄없이 억류생활을 하게된 것은 75년4월30일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부터. 75년 초 자유베트남의 패망이 임박했을 때 귀국을 망설이다가 패망과 동시에 체포돼 사이공(현재 호지명시)의 치화형무소에 수감됐다. 최씨의 체포이유는「베트남 해방혁명사업을 방해한 죄」.
치화형무소는 전 주월한국대사관의 이대용 공사(62)가 5년 동안 수감돼 있었던 지하감방. 밖을 전혀 내다볼 수 없도록 밀폐된데다 골방에서 묵은 쌀로 지은 밥과 호박국으로 된 식사를 두 끼씩 주어 간신히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생활이었다는 것.
최씨는 이곳에서 감옥살이를 한지 10년이 넘도록 가족이나 우리나라 관계기관에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최씨의 가족들도 최씨가 생존해 있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부인 이씨는 남편이 숨진줄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 2월에야 『적십자사를 통해 알아 보라』는 주위사람들의 권유로 당국에 생사여부를 알아봐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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