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학, 여성의 삶 그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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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성문학이란 여성이 스토리 전개의 주인공이 되고 역사에서 주체적 역할을 하는 여성을 다룬 문학, 여성의 삶을 제대로 설명하고 여성의 삶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문학이다.』
이처럼 여성문학을 정의하고 실제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쓴 소설·희곡·비평·논설·시 등을 담은 책『여성해방의 문학』이 출간됐다.
이 책은 중견 여성학자들과 작가 등이 중심이 되어 84년 말 결성된 후 소그룹 중심으로 여성운동을 해온 「또 하나의 문화」가 펴내는 세 번째 무크지인데 한국에서는 최초로 본격적인 여성문학의 개념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조형교수(이화여대·사회학) 사회로 박완서(작가) 고정희(시인) 조혜정(연세대·사회학) 조옥나(서강대·인류학) 정진경(충북대·심리학) 김숙희(동덕여대·독문학) 엄인희(희곡작가)씨 등 동인들이 참석한 권두좌담은 오늘날 한국의 여성문학을 「발아상태」라고 진단.
김숙희씨는 문학이 인간의 자유추구를 표방하면서도 기존의 문학은 주로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지면서 사람·모성·순결 등의 개념아래 여성의 예속적 위치를 고착시키는데 기여해왔다고 비판.
조옥나씨는 오늘날 사회구조와 밀접히 연결된 여성억압의 상태를 인식하고 좀 더 인간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 억압의 상태를 깨야한다는 의식이 반영된 문학이 페미니즘의 문학이라고 규정했다.
페미니즘의 시각이 문학에 도입되는 과정은 그 성숙도에 따라 여성 억압을 인식해 억울함을 고발하는 첫 단계, 남성의 입장에서 설명되던 세계를 여성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단계, 새로운 인간해방의 비전을 제시하는 3단계가 있다고 조혜정씨는 설명.
오늘날 한국문학의 현실은 그 시작단계로 진단하고,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작가로 박완서·김진옥·강우경·오정희씨를 이날의 좌담회 참석동인들은 거론했다.
또한 페미니즘의 시각을 가진 다양한 문학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성운동과의 밀접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며 여성문학은 또한 여성억압의 현실을 고발할 뿐 아니라 여성들이 주체가 된 삶을 재해석하고, 나아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여성해방의 문학』에는 강석경의 『낮달』, 박완서의 『저문 날의 삽화2』, 안혜성의 『생존의 소리, 그 아픈 노래들』, 그밖에 송우혜·이경자·이혜숙·이남희·임철우·하빈·한림화씨 등의 소설을 실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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