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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산업정책도 ‘다른 생각’ ‘큰 생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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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이 생기를 잃고 벌써 노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자본 투자와 생산 공정 개선에 강점을 두고 몇몇 대기업들의 추격자 패러다임에 의존해 왔으나 성장 한계 지점에서 서성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 차고에서 아버지의 자동차 수리작업을 도우며 공학적 마인드를 체득했고, 고등학교 시절 존 맥컬럼 기술교사로부터 전자공학을 제작학습 방식으로 재미있게 배웠다. 밥 딜런과 비틀즈의 음악에도 심취하였고 리드 대학에 한 학기 다니는 동안 선 사상과 서예를 통해 동양의 사상과 예술미에 매료됐다. 1976년 4월 21세의 나이에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설립했고 IBM 등 다른 경쟁회사와는 차별된 디자인과 사용자를 중시한 애플Ⅱ를 내놓음으로써 PC시대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1984년 당시 최고의 혁신제품인 맥킨토시를 출시했으나 상업적으로는 실패해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11년 만에 애플에 복귀한 잡스가 내건 슬로건이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다. 기술과 예술에 대한 감성을 겸비한 그는 첨단 기술에 음악, 디자인 등 예술을 접목시켜가면서 2001년 아이팟으로 디지털 음악세상을 점령했고, 2009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해 온 세상의 인문학적 삶을 모바일 속으로 옮겨 놓았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 위대한 혁신가였다. 설립된 지 40년이 된 애플은 11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엘런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했으며 그림에도 소질을 보였고, 수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뛰어났다. 21세인 1995년 창업의 길을 선택하면서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인터넷, 청정에너지, 우주의 3가지 분야에 뛰어들기로 작정했는데 이미 20년 전에 미래와 인류라는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큰 생각으로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2002년에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꿈을 향해 드래곤 우주선과 팔콘(Falcon) 로켓을 개발하고 신소재, 신공정, 신기술, 신경영을 통해 로켓 제작비를 미 항공우주국(NASA)의 10분의 일로 줄인다는 목표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머스크는 2003년에 테슬라를 공동 창업해 전기자동차의 세상을 선도하고 있는데 2012년 고급 세단인 모델S 출시, 2015년 SUV인 모델X 출시에 이어 내년 말경 대중차인 모델3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제2의 발전저장시스템과 통합된 태양광 차량지붕, 운전자 직접 운전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개발 등 꿈 같은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06년에 창업된 에너지서비스 회사인 솔라시티를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도해오다 테슬라 배터리와 태양발전기기의 원활한 통합 운영을 위해 아예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는 테슬라에는 1만4000명, SpaceX에는 5000명, 솔라시티에는 1만5000명이 고용되어 있다. 머스크의 과감한 행보가 사업성공으로 귀결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그는 분명 우리 시대의 큰 생각(think big)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비슷한 생각(think similar), 작은 생각(think small), 안전한 생각(think safe)의 30년 된 구형 방식에 머물러 있어 수만명의 고용을 창출해내는 새로운 세계적 기업들이 나올 것을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정책 틀이다. 단답식·암기식·획일적인 기술교육, 적당히 연구하면 되는, 그래서 성과도 그러그러한 연구과제, 예술과 상상력 보다는 기능 향상 중심, 불신에 기초한 행동 감시적인 연구비 관리, 담보와 융자로 안전하게 수수료를 챙기는 금융지원 시스템,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 행정감사와 금융감독 시스템, 최저 낙찰제로 싸구려 기술만 채택하는 정부예산 등등….

따라서 이 시대의 국가적인 산업정책 당면 과제는 세계적 화두에 따라 대증요법적으로 생색나는 몇 개의 사업꼭지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 큰 생각, 모험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이 동태적인 시장메커니즘 속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기술교육, 연구개발(R&D), 인력, 벤처, 금융, 예산 등 전반에 걸쳐 선진형으로 운용 패러다임을 근본 개조하는 것이다.

김 용 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