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토 전 지국장, "정권 총동원해 공격…분노보다 무서움 느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 검찰에 의한 수사와 조사, 기소라는 일련의 행위가 정권 중추의 지시에 따른 언론탄압이었다. 정권을 총동원해 개인을 공격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분노보다 무서움을 느낀다."

지난 2014년 8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해 한국 검찰의 수사를 받은 가토 다쓰야(加藤達也ㆍ사진) 일본 산케이신문 사회부 편집위원(당시 서울지국장)이 3일 '산케이에 심한 적의(敵意): 박근혜 정권의 무서움·섬뜩함'이란 새 칼럼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가토 위원은 칼럼에서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를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수석에게 '응징하라'고 지시한 게 과연 박 대통령이었을까. 검찰 고위 관계자 출신으로서 사건수사를 잘 아는 김 전 수석이 외국 특파원을 기소하는 폭거가 다른 나라의 불신을 사고 정권을 흔드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불통 정권의 섬뜩한 수수께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에서 검찰, 정보기관, 경찰 등 정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권력기관의 우두머리, 사령탑으로 알려져 있다.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8개월 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그림자를 항상 의식하고 있었다. 청와대가 산케이와 나에 대한 감시 포위망을 만들었던 것일까"라고 물었다.

가토 위원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사건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박 대통령은 주변에 거의 속내를 밝히지 않는다. 극소수의 측근들이 박 대통령의 생각을 멋대로 헤아리고 '각하의 뜻'이라며 권력을 사유화했다"고 칼럼에서 주장했다.

가토 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 번째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도 "책임감이 없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날 산케이신문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에는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점을 추궁당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사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지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이어 "책임지지 않고 주위에 떠넘기는 정치 수법은 아버지인 박정희 정권 당시의 독재 시대라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현대 한국에서는 이런 권위주의의 부활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기헌 기자, 뉴시스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