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장 심사위원 교체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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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립국악원장 공모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의 절반이 위촉된 지 3~4일 만에 갑자기 교체됐다. 국악계에서는 이를 최근 문화계 새 실세로 떠오르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계열의 인물을 앉히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간주하고 있어 선임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27일 국립국악원장 심사위원 위촉을 받은 이성림 예총 이사장, 이영희 국악협회 이사장, 안숙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백대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등 4명은 심사(1일)를 이틀 앞둔 30일 갑작스레 심사위원 위촉 해지를 통보받았다.

이들 대신 구히서(연극평론가).강준일(민음협 이사.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양성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무용).강혜숙(청주대 교수.민족춤위원회 기획위원).백혜숙(부산대 교수.가야금)씨 등이 새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이와 관련, 국악계 한 인사는 "새로 교체돼 들어간 심사위원 대부분이 민예총 소속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종 결정에 앞서 문화관광부는 납득할 만한 심사위원 교체 사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전통지역문화과 이병두 과장은 이에 대해 "본인들이 여름 휴가 때문에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고 해명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교체 과정 등에 입을 닫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성림.이영희.안숙선씨는 심사비 수령을 위해 통장번호까지 이미 알려준 데다 2일 오전 10시 문화관광부 회의실에서 열린 '전통예술경연대회 시상 지원대상 추가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에 모두 참석해 휴가 때문이라는 얘기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국립국악원 차기 원장에는 김철호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휘자(민예총 산하 민족음악협회 이사장), 윤미용 현 국악원장, 최종민 전 국립창극단장, 박일훈 국악원 국악연구실장, 이장열 창덕궁 관리소 소장 등 5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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