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음주|허갑범(연세대 의대교수·내분비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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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술은 오랫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애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흡연인구 못지 않게 여성음주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근자에 여성들의 사회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아지고 따라서 만성적인 여성 음주자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알콜이 인체에 미치는 신체적·정신적 영향은 개인차 뿐아니라 성별차가 있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알콜의존증환자의 치료나 예방이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콜에 대한 신체반응에서 여성은 남성과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같은 수준의 체중당 알콜량이주어졌을 때 여성의 혈중 알콜농도는 남성보다 훨씬 높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나 여성이 남성보다 체내수분함량이 낮아 흡수된 알콜을 희석시키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성이 만성적으로 음주를 하면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 이외에도 단백질의 부족과 술자체의 독성으로 인하여 난소기능이 감소되어 무월경과 불임증을 초래한다. 또한 일단 임신이 된 후에도 술을 계속 마시면 자연유산이 되기 쉽고 알콜과 그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태반을 통해 들어가 태아의 발육을 저해한다.
술로 인한 태아의 발육장애를 태아알콜중독증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성장지연·구순열(언청이)·소하악증(아래턱이 작은 것)등의 안면 형성의 기형, 사지와 관절의 이상, 심장기형, 정신박약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에는 태아의 사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임신한 쥐에서 시행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태아 알콜중독증 증상은 사람에 있어서 임신 3주에 해당하는 시기에 벌써 나타나기 시작함을 볼 수 있는데 이때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임신을 모르고 있는 시기다.
태아 알콜중독증의 영양실조 문제는 만성 알콜중독자에서 볼 수 있는 양상과 유사한데 특히 미량원소인 아연의 부족이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고 또한 면역기능의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이상과 같이 여성의 만성적인 음주는 본인 자신의 영양실조는 물론 2세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가급적이면 가임기의 젊은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회부터는 김성수교수(고려대 사대 체육교육과·의박)가 집필하는 「건강운동백과」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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