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농성 학보기자 자격제한이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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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상호부신으로 악화
○…연5일째 계속되고 있는 부산대 시위농성사건은 당초 새학기에 구성된 총학생회 간부들이 학보사간부 기자를 대학원생으로 교체한 학교측의 조치에 항의, 지난 1일부터 본관앞 노천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하면서 발단.
학생들은 학교측의 조치가 학내언론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학내 민주화를 위해 ▲개정 학생회칙 수락 ▲학생소비조합의 공개운영 ▲서클연합회의 인정 ▲교사임용국가고시제 해명 ▲수위실에 형사 출입금지 ▲연구사의 옥외활동 금지 ▲의대 대형강의실 증축 등을 요구.
학교측은 총장실 점거농성이 계속되자 지난 9일 새벽 학생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다는 내용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뤘는데 학생들은 그 후 『학교측이 합의사항을 이행할 뜻이 없으면서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학생들을 기만했다』고 주장, 시위를 확대. 그러나 학생들과 학교측이 사태수습을 위해 협의를 해놓고도 상호불신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되자 학교관계자는 『당초 학원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도리어 불씨를 던져주는 꼴이 됐다』고 푸념.
경찰개입은 학교책임
○…부산대사태는 경찰의 개입으로 13일 새벽 주동가 9명이 연행돼 15일 이중 7명이 구속됨에 따라 더욱 악화됐으며 학생들은 비폭력시위에 경찰이 개입한 것은 학교측의 책임이라며 총장 사퇴를 요구.
최재훈 총장은 15일 낮 층학생회장 김종삼군(23·조선공학4)을 만나 7개항의 사태수습안을 협의, 김군이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 16일부터 수업을 정상화하기로 했으나 학교측이 문교부에 보고한 「운동권학생 동향보고서」사본이 학생들 손에 입수되면서 격화됐다는 후문.
하필이면 1번 타자냐
○…「4·13 대통령담화」가 나오자마자 대한변협(회장 문인귀)이 13일 하오 가장 먼저 톤이 높은 성명을 발표하자 감독관청인 법무부간부들은 난감한 표정.
법무부측은 『변협이 성명을 내는 것은 좋으나 앞뒤가 맞지 않는 초강경 용어를 써가며 1번타자로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매우 섭섭한 표정.
그러나 변호사들은 『문회장취임 후 시국관련 첫 성명으로는 수준작』이라며 『앞으로 신임 집행부의 활동에 기대를 걸만하다』고 법무부과는 사뭇 엇갈린 반응.
학생들 동요할까 고심
○…4월들어 건대사태 관련자 징계문제로 몸살을 겪었던 문교부는 「4·13특별담화」발표 후 대학가의 민감한 반응에 전전긍긍.
문교부 관계자는 『4, 5월이면 어차피 치러온 홍역이지만 이번의 특별담화가 이를 더욱 가열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한숨.
이와 관련, 손제석 장관은 15일부터 경인지역의 총·학장들을 상대로 4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마련, 특별담화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특별 지도해 주도록 당부.
정치사건 아니다 강조
○…신민당을 탈당, 신당에 참여한 김용오 의원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사건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형사사건이라고 애써 강조.
검찰관계자는 『정치적 사건이라면 공안부에 맡겼을텐데 이사건 수사를 특수부에 맡긴 것은 단순한 형사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
그러나 이원성 부장검사가 휴가중인 지난 11일 갑자기 불려나와 소환장을 발부하는등 검찰의 움직임이 단순한 형사사건만은 아님을 뒷받침.
"일 똑똑히 하라" 호통
○…4·19주간을 맞아 대학마다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화여대는 「벽화사건」으로 학교측이 한바탕 곤욕. 학교측은 뒤늦게 교직원을 동원, 벽화를 강제로 철거하는가 하면 총학생회 간부들을 불러 호통을 치는등 법석.
학교측은 애당초 학생들이 『대형 캔버스 외에 예쁜(?)그림만 그리겠다』고 해 순순히 허락했으나 지난 13일 캔버스가 교내 이화광장에 설치되자마자 1천여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붓을 들어 현실풍자·학생운동·노동운동 등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이상한(?) 그림을 그려 상부기관으로부터 매서운 꾸중을 들었다는 후문.
관할 서대문경찰서도 문제의 벽화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호된 질책을 당했으며 김수길 서장이 학원반 직원들을 불러 『정보활동 똑똑히 하라』고 야단을 쳤다는 것.
"올해도 시끄럽겠다"
○…치안본부는 해마다 대학가의 소요가 절정을 이루는 4·19∼5·17기간을 앞두고 정부의 「개헌유보」발표가 나오자 『경찰이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는 걱정속에 바싹 긴장하는 모습들.
올들어 뜻밖에도 대학가가 조용해 한시름을 놓은 표정이었던 치안본부간부들은 발표가 나자 『올해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게 되었다』면서 『그러나 경찰이 감당못할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경찰의 능력에 자신을 피력.
한편 정호용 내무장관은 개헌유보 발표 전 협의과정에서 이같은 치안상의 부담을 들어 발표시점에 이견을 개진했으나 「보다 높은 차원」에서 결정이 내러졌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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