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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하던 중국어선, 뱃머리에 M-60 10여 발 쏘자 줄행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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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군산해경 특공대원들(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군산시 어청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에 오르고 있다. 해경은 29~30일 이틀간 중국 어선 7척을 붙잡았다. [어청도=장진영 기자]

군산해경 특공대원들(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군산시 어청도 해상에서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중국 어선에 오르고 있다. 해경은 29~30일 이틀간 중국 어선 7척을 붙잡았다. [어청도=장진영 기자]

“중국 어선 검문검색 예정. 모든 대원은 준비하라!”

불법조업 단속 해경 고속단정에선
어둠 속 라이트 끄고 다가가 “멈춰라”
추격전 끝에 어선 조타실 장악·나포
“공용화기 허용 후 어선 수 90% 줄어”

어둠이 짙게 깔린 지난달 29일 오후 11시10분. 군산해양경비안전서 소속 경비함 3013함(300t급)에 긴급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 어선 30여 척이 레이더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전북 군산시 어청도 남서쪽 5㎞를 침범해 불법 조업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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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원 출동!” 무장 대기 중이던 해경 특공대원들이 고속단정 2척에 8~9명씩 나눠 올라탔다. 고속단정은 파도를 헤치고 중국 어선을 향해 질주했다. 시커먼 바다 한가운데서 라이트도 켜지 않고 달렸다. 중국 어선이 불빛을 보고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출동 5분 만에 중국 어선에 접근했다. 고속단정은 라이트를 켜고 “팅촨(停船·멈춰라)”을 외쳤다. 중국 어선들은 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고속단정 한 척이 중국 어선 옆으로 다가섰다. 해경대원들은 순식간에 중국 어선 위로 뛰어올랐다. 곧바로 조타실을 장악했다. 같은 시각 주변에 함께 있던 다른 고속단정들도 도주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했다. 이날 잡은 중국 어선은 모두 5척이었다.

지난달 30일 0시10분쯤. 도망갔던 중국 어선들이 나포된 어선을 구하기 위해 고속단정과 3013함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던 1002 해경 경비함정에서 조명탄 한 발이 발사됐다. 중국 어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돌진해 왔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0시23분 “M-60을 장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3013함과 1002함은 중국 어선의 선수 쪽으로 각각 2발과 10발을 쐈다. 중국 어선들은 뱃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계속 접근하면 발포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중국 어선들은 그제야 뱃머리를 돌렸다. 이기춘(57) 3013함장은 “공용화기 사용방침 탓인지 최근 강력하게 저항하지는 않는다”며 “지난해까지 400~500척씩 몰려오던 중국 어선이 요즘엔 30~50척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 수는 줄었지만 무장은 더 강화됐다. 배 주변을 1.5m 높이의 철망으로 둘러싼 것도 모자라 선수와 선미엔 쇠파이프를 달았다. 조타실의 창문을 모두 철로 용접한 뒤 앞만 볼 수 있게 구멍을 뚫어 놓기도 한다. 해경의 선내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30일 오후 진행된 중국 어선 단속·수색에는 450t급 해경 예인함정도 투입됐다.

여인태 해경 기동단장은 “중국 어선의 저항에 2011년 이후 다친 대원만 53명이고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며 “ 400~500t급으로 구성된 기동함정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11시, 풍랑주의보가 내린 틈을 타 어청도 남서쪽 일대에 80여 척의 중국 어선이 또다시 출몰했다. 기상 악화로 해경 단속이 뜸할 틈을 노린 중국 어선들의 꼼수였다. 해경은 3m 높이의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나가 100~150t급 중국 어선 2척을 추가로 나포했다. 이틀 동안 붙잡은 중국 어선만 7척이었다.

어청도(군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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