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폭탄이…” 알레포 소녀의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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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공습으로 재투성이가 된 바나. 그는 “집이 폭탄을 맞았고 거의 죽을 뻔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바나의 트위터 캡처]

지난 주말의 공습으로 재투성이가 된 바나. 그는 “집이 폭탄을 맞았고 거의 죽을 뻔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바나의 트위터 캡처]

“이제 우린 집이 없어요. 저는 조금 다쳤어요. 어제부터 잠을 못 자고 있고 배도 고파요”

SNS 일기 쓰는 21세기 '안네' 바나
알레포 참상 세계에 실시간 전해
정부군 공격 거세지며 1만명 피난

28일(현지시간) 7살 시리아 소녀 바나 알라베드의 트위터에 글이 올라왔다.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 동부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 지난 주말, “폭탄이 퍼붓고 있어요.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트윗한 지 하루만이었다. 바나의 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사를 기원하는 답글을 남겼다. 바나의 트윗을 통해 알레포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해들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향해 구원을 요청하던 바나의 절박한 글은 이어졌다. “살고 싶어요. 죽고 싶지 않아요.”

바나는 지난 9월 24일 “평화를 원해요”라고 첫 글을 올리며 트위터를 시작했다. “전 세계에 알레포의 일상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레포 휴전 협상 결렬 직후였다.

바나는 죽음의 도시가 된 알레포의 일상을 일기처럼 적어나갔다. “폭탄이 비처럼 내리고, 사람들이 파리처럼 죽고 있어요” “제발 전쟁을 멈춰주세요” “오늘밤 친구가 폭격으로 죽었어요. 울음을 멈출 수 없어요.” 공습으로 무너진 이웃집과 학교, 친구 시신 사진을 함께 올리며 바나는 알레포의 끔찍한 하루하루를 세상에 전했다. 비극 사이사이에 “선생님이 되고 싶다”거나 “학교에 가고 싶다”는 7세 소녀의 평범함 꿈과 희망도 적었다. 태양열로 간신히 전기를 얻고, 형편없는 통신환경 탓에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바나는 매일의 일상을 기록했다.

약 두 달 새 바나의 트위터 계정엔 16만 명이 넘는 팔로어가 생겼다. 전 세계에서 걱정과 위로가 답지했고 BBC 등 주요 언론이 바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바나의 트윗이 반향을 일으키자 음모론도 나왔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달 덴마크 방송 TV2와의 인터뷰에서 “바나의 트윗은 테러리스트들의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했고, 일부 는 바나의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며 배후를 의심했다. 바나를 사칭하는 계정도 생겼다. 결국 딸을 대신해 계정을 개설하고, 간혹 글도 쓰는 엄마 파테마가 교사 출신인 자신이 영어를 가르쳤다고 해명해야 했다.

정부군이 대규모 공습을 퍼부은 지난 26일 바나의 트위터가 급박해졌다. “ 우리를 구해주세요” “무서워요.” 연이은 트윗과 함께 재투성이가 된 바나의 사진이 올라왔다. “집이 폭탄을 맞았고, 저는 먼지를 뒤집어 썼어요. 거의 죽을 뻔 했어요.” 뒤이어 바나의 엄마가 “무차별 폭격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우리는 도망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주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27일 알샤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바나가 사는 곳이었다. 잇따른 공습으로 정부군은 알레포 북동부의 반군 거점을 거의 탈환했다. 정부군 매체는 “알레포의 반군지역 중 약 44%를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이 지역을 탈환한 것은 내전 이래 시리아 정권이 거둔 최대 승리다. 주민들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약 1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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