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수기로 유명해진 불작가 은행강도로 또 붙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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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홍성호 특파원】『QHS』(특별감호구역) 라는 옥중수기를 써서 일약 유명작가가 된 프랑스의 「로제·크노블스피스」(36) 가 「미테랑」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아 출감한 뒤 또다시 은행 강도짓을 하다 경찰의 추적 끝에 체포된 사건이 6일 발생했다.
그는 공범1명과 함께 자동소총으로 무장, 이날 피레네산맥 동부지방인 페르피냥의 한 은행에서 현금 8만 프랑 (약1천1백20만원)을 강탈해 달아나다 경찰이 추격하자 총격전까지 벌여 경찰 1명과 행인 등을 다치게 하기도 했다.
프랑스독자들이 「클로」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그는 81년11월 무장강도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그의 문학적 재능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탄원으로 「미테랑」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었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클로」는 69년 18세 때 강도죄로 첫 교도소생활을 시작, 정년간을 어두운 감방에서 보냈다.
「클로」는 그러나 이때 겪은 교도소의 참상을 폭로한 『QHS』등 2권의 수기를 펴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프랑스의 교도행정개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여배우 「시몬·시뇨레」같은 사람은 그를 가리켜 『이 시대에 가장 주목받아야 할 인물』이라고 격찬했으며 철학자 「미셸·푸코」배우 「이브·몽탕」「로제·갸로디」등의 지성인들도「클로」를 참다운 인렐리겐차로 받아 들이는데 서슴지 않았다.
출감 후 그는 전수상 「피에르·모로이」등 정계지도자들과도 어울리며 그의 작품과 함께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다.
좌파에서는 「클로」가 비뚤어진 현 사회의 희생자라고 옹호했고 우파일각에서도 그를 우상처럼 받드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클로」는 그러나 범죄세계에서 성장하면서 익힌 버릇을 버리지 못해 지난83년 다시 무장장도에 가담했고 이번에는 시골 도시의 백주대로에서 자동차로 질주하며 총격전을 벌이는 등 갱스터로서 프랑스전역을 놀라게 했다.
그의 이 같은 편력은 미국인작가 「잭·헨리·에버트」의 경우와 너무나 닮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아까와 하고 있다.
「노먼·메일러」등 지성인들의 도움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된 전과자 「에버트」는 『야수의 계곡에서』라는 옥중기를 써 한때 유명해졌으나 5년 전 뉴욕에서 살인혐의로 다시 기소돼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인물.
「크노블스피스」가 자신의 명성을 떨치게 한 「특별감호구역」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인지, 아니면 한번 더 재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할 것 인지를 놓고 프랑스신문들은 요즘 지면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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