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 교수들의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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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79년 주로 대학 입학에 실패했던 학생들의 학부모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예능계 교수 과외 시비는 문교 당국이 입시 공동 관리제를 창출해 냄에 따라 4, 5년간은 비교적잠잠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과외 시비의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84년부터 주로 무용과 미술계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85년에는 음악 분야에까지 비화하여 급기야는 금년에 이르러 79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제기된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예능계 대학교수의 레슨비가 터무니 없이 많다. 둘째 거액의 금전으로 입학을 보장하고 있다. 세째 금전거래로 인해 실력 있는 지원자가 희생된다는 것이다.
예술계 교수들이 싸잡아 매도 되는 듯한 보도로 많은 선의의 예술계 교수들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예술계 지망 학생과 학부모들도 깊은 좌절과 불신의 수렁으로 빠지는 등 큰 부작용이 일고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온 날부터 도하 각음대 교수들의 빗발치는 항의의 목소리들이 줄을 이었다. 음악인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음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책의 목소리가 그칠 날이 없이 쇄도하고 있다. 나는 나름대로 그 동안 적지 않은 예술계 교수들을 만나 비난에 가까운 의견도 많이 들었고 최근에는 서울 시내 6개 음대 학장들과 자리를 같이하여 기탄 없는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들의 의견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문에 다소 과장되게 보도되었는지는 모르나 극히 일부라해도 그런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교수가 어딘가 칩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하는 점. 둘째 만일 그렇다면 그 장본인을 색출하여 관계 대학이나 문교부, 또는 사직당국에 고발할 일인데 전체 예술계 교수의 이미지가 형편 없이 되고 있으니 땅에 실추된 교수들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 셋째는 레슨비에 관한 것으로서 한 달에 20만∼30만원을 받는다면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시간당 20만∼30만원은 상식에 벗어난 주장이며, 더더구나 「합격보장」을 전제로 2천만∼5천만원이 오간다는 이야기는 들먹일수 조차 없는 차원이 아니냐는 점.
넷째 이 모든 이야기의 원천은 대입에 실패한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의 자질에 대해 너무 과신하고 있고 또한 공동 관리제까지 불신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잡음의 소지를 말끔히 없애기 위해서는 채점 위원을 대폭 증원하는 등 현재의 공동 관리제를 보다 완벽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채점 위원을 적어도 한 전공에 10인 이상, 입시 당일 일정 장소에 소집하여 컴퓨터로 추첨하는 방법을 통해 말썽의 소지를 없애고 현재 공동 관리에 들어 있지 않은 음악대학이나 음악 교육과등도 모두 공동관리를 실시토록 문교부에 건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또 학부모들 입장과 교수들의 입장을 나름대로 일리 있는 것으로 일단 긍정해 놓고 다시 한번 반추해 보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대학의 경우 플롯 전공 같은 것은 대학마다 1명 또는 2명의 정원뿐인데 모집 인원의 6, 7배 심지어는 17배의 지원자가 몰리고있다.
이 바늘구멍 같은 자리를 목표로 지원자의 학부모들이 물 불 가리지 않는 기상천외의 작전을 짜고 덤비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학부모는 테이프에 지정곡을 담아서 돌린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해서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테이프를 한 두번 들었다고 가정해도 시험 당일에 그것을 식별하는 심사위원이 몇 명이나 있을까. 어떤 학부모는 입학을 원하는 대학의 교수들에게 자기 자녀를 지도 받게 하려고 과다한 금액을 싸들고 찾아가는 일도 있는 모양인데 공동 관리가 보다 엄격하게 지속되는 한 그것은 절대 허사라는 것을 충고하고 싶다.
또한 예술계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비 내린 후 땅이 굳어진다는 격언도 있듯이 말썽의 소지가 있던 모든 문제를 우리 모두가 파헤치고 보완하여 우리자신의 긍지와 의신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부모들로 하여금 신뢰받는 교수상을 재부각 시키도록 더욱 노력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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