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혼녀 안방 피살|40일 동안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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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4O대 이혼녀가 피살된 지 40여일만에 자기 집 안방에서 발견돼 산업 사회와 핵가족 시대에 따른 「단절된 이웃」의 비극으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살해된 여인은 중소기업(카괴트 제조업) 사장의 부인으로 정신 질환을 앓아 지난해 11월 합의 이혼, 50평짜리 단독 주택에서 혼자 살아왔으며 온 몸을 흉기로 26군데나 찔린 채 숨졌고 안방 손 금고를 열려던 흔적이 있어 경찰은 강도 살인으로 추정, 추적중이다.
이 사건에 대해 고대 홍승직 교수 (사회학) 는 「익명 사회」라는 현대도시의 특성이 우리사회에도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비극적 사건으로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여는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9일 상오 1O시3O분쯤 서울 역촌동 44의25 장동순씨 (44·여) 집 안방에서 장씨가 흉기로 왼쪽 목·귀밑·왼쪽 손 등 26군데를 찔려 숨져 있는 것을 이웃 김정순씨 (66·여)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방안의 숨진 장씨 옆에 2월12일자 중앙 일보가 놓여있고 대문 안쪽 마당에 2월l3일자부터 신문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으로 미루어 피살 시간을 2월12일과 13일사이로 보고 수사중이다.
◇발견=발견자 김씨에 따르면 숨진 장씨가 2월1일 자기 집에 놀러와 『애들이 보고싶다』고 말하고 간 뒤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않아 찾아갔다가 마당에 배달된 신문이 가득 쌓여있는 것을 이상히 여겨 잠기지 않은 쪽 문을 통해 들어가 보니 1층 안방에 장씨가 하의가 반쯤 벗겨진 채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져 있었다는 것.
이불 등에는 핏자국이 엉겨 붙어 있었고 방안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풍겼으며 장씨의 얼굴등은 상체 부분이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다.
◇장씨 주변=장씨는 김포에 살던 74년 이웃과 다투다 뭇 매를 맞은 후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웃들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아 왔다.
71년 결혼한 남편 홍모씨(49·S화학 대표)와는 4개월간 별거해오다 지난해 11월 장씨의 요구로 합의 이혼했다.
이유는 정신질환·성격 차이 등이었으며 조건은 현재 살고 있는 1억원 상당의 2층집(대지68평, 건평 49평)을 장씨 소유로 하고 2남1녀(16,15,11세)의 자너는 홍씨가 맡아 기르기로 했으며 이혼후 남편·자녀들과의 접촉은 전혀 없었다는 것.
◇단절된 이웃=장씨집과 담을 이웃하고 있는 김정순씨는 『숨진 장씨가 평소 우울증이 심해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데다 초인종만 눌러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이웃 주민들은 장씨 만나기를 기피해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동네 주민들은 장씨가 말의 조리가 분명치 않은데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장씨에게 말 붙이기를 주저해 왔다』고 말했다.
장씨집은 대로변에 있으며 인근 주민들도 중상류 이상의 생활을 하는 주택가에 있다.
◇수사=경찰은 숨진 장씨의 상처 부패 정도와 신문 등이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사망시간을 2월12일 밤∼13일 새벽 쯤으로 추정, 마지막으로 장씨와 접촉한 사람을 찾고 있다.
경찰은 안방의 장롱·문갑 등을 뒤진 흔적이 있고 2층 방에 있는 철제 손 금고(가로 70cm·세로60cm도 뜯다만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단 금품을 노린 강도범의 소행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장씨가 이혼녀인데다 1억원 상당의 집을 갖고 부유한 생활을 해온 점으로 미루어 면식범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캔 맥주와 담배 꽁초 10여개에서 지문을 채취, 국립 과학 수사 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사체 부검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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