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서 농사지으며 "은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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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두희씨(70)는 지난해 3월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 신곡리439 단독 주택을 1천8백만원에 구입, 부인 김명희씨 (55)와 살아왔다.
한달전부터는 대입 재수생인 조카 (2O)와 동거했다. 안씨는 90평 대지의 빈 땅에 파등 채소 농사를 소일 삼아 지었으나 별다른 수입이 없이 미국에서 사는 장남 국영씨(51·뉴저지주 거주) 등 3남2녀의 가족이 보내주는 월2백 달러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전부인 박옥례씨(65)와 미국 이민을 위해 77년 합의 이혼, 79년 전 가족을 미국에 이주시켰다.
그 동안 몇 번에 걸쳐 자신도 미국 이민을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백범 살해범의 해외 출국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사회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74년 미국 이민 계획이 좌절되자 부인 박씨와 합의 이혼, 가족을 모두 이민시켰고, 81년에 다시 이민 신청을 했다가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82년1월 법무부로부터 출국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안씨는 79년 전가족을 미국으로 보낸 뒤 현재 살고 있는 김포군으로 옮기기 직전까지 서울 잠실 주공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49년 백범을 저격한 이후 안씨는 행적을 감추고 한때 숨어 지냈으나 항상 자신도 저격이나 암살 위협을 느껴 왔고 이번 이전에도 몇 차례 그 같은 고비를 넘겼다. 안씨가 첫 습을 당한 것은 65년12월21일. 안씨가 숨어서 두부·콩나물·콩기름 공장을 하고 있던 강원도 양구군 양구면 중리에서 였다.
당시 안씨를 노린 사람은 K대학 정치과 출신이라고 자칭했던 29세의 청년 곽태영씨(전북 김제군 진봉면 심포리)였다. 곽씨는 이날 상오 10시30분쯤 자기 집 뜰에서 세수를 하고 있던 안씨의 얼굴을 돌로 치면서 10cm가량의 재그 나이프로 귀·턱·목 등을 찔러 중태에 빠뜨렸다.
중태에서 회복된 안씨는 68년 부정 수표 단속법 위반죄로 징역1년을 선고받아 한때 수감되기도 했다가 그 뒤 다시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 그가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안씨와 자신이 백범 저격의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였다. 안씨는 이때 끝까지 단독 범행이었음을 주장했었다.
81년 미국 이민설과 관련, 중앙 일보와 단독인터뷰를 했던 안씨는 백범을 저격한 이후 처음으로 기자를 만난다며,『김창룡 장군이 뒤를 돌봐주기는 했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를 아직은 얘기할 수 없다』고 함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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