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피규어 구매대행' 대금 1억 가로챈 쇼핑몰 대표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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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피규어를 구매 대행해준다며 거액을 가로챈 쇼핑몰 사이트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5일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고모(36)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2013년 8월 29일부터 올해 5월 27일까지 고가의 피규어 구매 대행을 요청한 박모(36)씨 등 207명을 상대로 332차례에 걸쳐 1억1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2009년 7월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개설해 일본, 홍콩 등 해외에서 피규어를 구매해 국내에 되파는 영업을 하다가 사업 확장 실패와 도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일본 반다이사가 만든 초합금 그레이트마징가 피규어. 7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일본 반다이사가 만든 초합금 그레이트마징가 피규어. 7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할인 판매 행사로 모집한 고객들에게 선결제로 받은 피규어 구매 대금으로 기존 고객이 주문한 피규어를 구매해 배송하는 돌려막기식 영업으로 사이트를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해외 카지노 도박에 빠져 이런 방식의 운영마저 힘들어지자 피규어 구매 대행 사기를 벌였다.

해외에 주문 제작을 의뢰할 경우 배송받을 때까지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노리고 피규어를 받지 못한 고객들이 항의하면 제작이 지연된다고 둘러댔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의 피규어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마니아층으로, 자신이 원하는 특정 피규어에 대해 금액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하려는 욕구가 강한 점을 고씨가 노렸다"고 말했다.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라 불리는 피규어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고가에 형성돼있다.

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로봇 등이 인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피규어 시장은 2013년 이후 해마다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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