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아그라는 고산병 치료제"···히말라야 팀닥터 처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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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 33월간 구매한 의약품 중에 '비아그라정'이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공개한 '청와대 의약품 구입 현황'에 따르면 청와대는 비아그라 60정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청와대는 "아프리카 순방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고산병 치료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비아그라는 정말 고산병에 널리 쓰이고 있을까? 고산병의 사전적 의미는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낮은 기압으로 인해 생기는 병적 증세'다. 감기의 초기 증상처럼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두통이 가장 미미한 증상이다.

아직까지 고산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보통 '높은 산에 올라가면 산소량이 부족해 생기는 증상'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낭설에 가깝다. 오히려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 등의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불순물로 쌓여 생긴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그래서 히말라야 등반가들은 호흡할 때 들숨보다는 날숨에 더 신경을 쓴다. 길게 뱉는 날숨으로 가스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산병 치료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히말라야 원정대 팀닥터들이 일반적으로 구비하는 의약품은 이뇨제 '다이아목스'다. 다이아목스의 효능효과는 '울혈심부전에 의한 부종, 폐기종에서의 호흡성 산증의 개선' 등이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강제로 배출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주의할 점은 예방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몸이 정상일 때 이뇨제를 과다 복용하면 탈진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갑자기 춥고 습한 날씨로 인해 기도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질 수도 있으므로 이뇨제와 함께 기도확장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히말라야 8000m 산의 베이스캠프트레킹을 떠나는 이들 중에는 더러 비아그라를 가져가기도 한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있지만,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효과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는 "일시적으로 몸에서 힘이 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고산 등반에 익숙한 클라이머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비아그라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해발 6300m에서 비아그라를 복용했다는 한 원정대는 "4명의 대원 중 2명은 안압이 오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에 열이 나는 불편한 증상이 30분쯤 지속됐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두명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바이그라정과 같은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자이데를 복용했다는 한 등반가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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