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안 김·미역양식 망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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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미역 양식장에 갯병 비상이 걸렸다.
특히 김 주산지 양식장의 피해가 커 16일 현재 전국적인 생산량은 2천9백40만속으로 계획량 6천2백만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 들어 번지가 시작한 갯병의 피해면적은 주산지인 전남과 충남해안에서 올해는 전체 양식면적의 70%를 넘어 최악의 흉작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김·미역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산지에서는 2배, 서울·부산·광주 등 대도시 소비지에선 최고 3배까지 급등했다.
올들어 갯병이 급격히 만연하고 있는 것은 양식강의 낡은 시설과 무분별한 종묘의 밀집포식 등이 수질오염을 더해 전염성이 강한 갯병이 쉽게 퍼진데다 수확기인 지난달부터 이상난동으로 수온이 적정치인 5∼6도보다 2∼3도정도 높았고 강우량도 예년에 비해 평균 38mm나 적어 조류 소통이 불량하고 염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갯병에 살충제를 사용하면 김과 미역의 상품가치가 떨어져 과학적인 어장정리와 신규시설을 위한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실태=우리나라 연간 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완도·진도·해남·고흥·신안 등 전남 해안지방은 84년 갯병 피해면적이 20%에서 매년 10%씩 늘어나다 올해는 70%이상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내 전체 김 양식장 면허면적은 2만9천5백73ha로 올해 계획생산량은 4천3백50만속.
그러나 갯병으로 실제수확량은 수협의 공식집계만으로도 52∼57%의 감수가 예상되고 있다.
미역도 전체면허면적 7천3백17ha에서 19만8천5백t을 생산목표로 잡았으나 절반수확도 어려워 수출물량(2만l천5백44t) 확보에도 급급한 실정.
전남도내 김 생산량의 26·7%(1천1백62만1천속), 미역생산량의 82·2%(16만3천1백64t)를 차지하는 완도지역 갯병 피해는 김이 전체생산량의 57%(6백69만6천속), 미역은 70%(11만3천4백t)로 양식어민 2만2백19가구의 가구당 피해액이 2백45만원이나 된다.
완도 석양어촌계장 오남식씨(48)는 『62가구 어민들이 공동양식장 6ha에서 1만1천8백속의 김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겨우 60속(0·5%)밖에 수확하지 못했다』며 『최악의 흉작』이라고 한숨지었다.
양식어민 이상용씨(57·완도군 군외면 황진리)도 『평년작이 4천속이었으나 올해는 3백속 (7·3%)도 못건졌다』며 『6식구의 끼니걱정이 태산같다』고 녹아내린 김발을 들어 보였다.
이같은 갯병 피해는 충남지역도 마찬가지.
지난해 9월 11만4천여책을 건흥한 서산·보령 등 서해 6개시·군의 김 생산량이 현재 서산 98만속, 보령77만속, 서천 82만5천속, 당진 12만5천속 등 3백97만9천여속으로 계획량 9백13만5천속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4%생산에 머물렀다. 이같은 생산량은 지난해의 실적 75%(9백15만속 계획에 6백89만속 생산)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 것이다.
◇가격=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상품기준 속당(1백장)2천5백원씩 하던 전남 신안·진도·무안등 산지 김값이 요즘은 l백%이상 오른 속당5천∼5천5백원선.
그나마 물량이 달려 구하기조차 어렵다.
또 충남지방의 산지값도 상품 6천2백원으로, 첫 출하됐던 지난해 11월초 4천2백원에 비해47·6%가 올랐고 지난해 최고가인 3월 하순의 4천5백50원에 비해서도 41·8%가 올랐다.
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비롯, 부산·대구·인천·광주등 대도시 건어물시장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가 오른 속당 6천∼7천원선(상품기준)에 거래되고 있고 일반 소매가는 속당 7천∼9천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문제점=대부분의 양식장이 설치된지 10년 이상된 노후시설.
장기간 사용으로 양식장 오염이 심해 녹반병·바늘구멍·설공병(설공병)등 각종 갯병이 쉽게 번지고 병충해발생률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있다.
특히 양식어민들이 소득을 크게 높이려고 김·미역 등의 종묘공급때 병발을 고려치 않고 밀식하기 때문에 수질오염을 부채질, 김·미역의 침전과정에서 조류 소통이 안돼 아황산가스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미역발에 파래가 많이 붙고 퇴색된 해태가 형성돼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갯병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내년에는 피해면적이 90%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 2∼3년안에 양식어민들의 생업터전이 사라질 우려마저 있다.
◇대책=김·미역이 갯병으로 흉작을 맞게되자 수산청은 수협·농개공과 합동으로 현지조사를 실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피해 어가에 대한 영어자금대출이자 감면, 시설비보조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현재의 양식시설물을 모두 철거, 바둑판식으로 정리된 과학적인 신규시설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어촌계별로 개발협의회를 구성, 어촌개발자금과 전도자금을 지원하면서 밀식방지를 위한 법정시설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서·남해안=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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