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서 맴도는 「신민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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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내분수습노력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주말과 주초에 걸쳐 사절이 오가며 이민우총재의 진의파악과 중재노력이 펼쳐졌으나 암중모삭의 단계를 넘지 못했다.

<고성오간 간부회의>
16일상오 열린 당확대간부회의는 50분만의 주류측 퇴장소동과 이총재의 고성으로 팽팽한 양측의 상항을 단적으로 표출.
회의에서 오간 발언을 보면-.
△이중재 부총재=우리당은 실질적으로 사고당부나 다름없는 처지다.
이런 사태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총재가 책임을 지고 두김고문을 만나 수습해야될것 아니냐. 지난주 총재가 일요일까지 두김고문을 만난다고 해놓고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보도진들에 만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는데 이게 될 말인가.
당이 이렇게 표류하게된 것은 민주화 7개항을 받아주면 내각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정부·여당이나 미국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총재는 선민주화론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총재는 자신의 주장을 포기할 결심을 갖고 두김씨를 만나는 수습작업에 나서라.
△박용만 중앙상위의장=총재의 선민주화론이 대통령직선당론을 희석케하지 않았느냐.
따라서 총재가 먼저 두김고문을 만나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며 또 만장일치로 두김씨를 만나기로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두김씨를 안만나겠다면 이런 회의는 더이상 필요없다.
△양순직부총재=당이 이만큼 표류해온 만큼 무엇인가 선을 그어야한다.
이제 선민주화론을 둘러싼 「말」은 더이상 필요없다. 두김고문을 만나라.
△최형우부총재=이 시점에서 자꾸 같은말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회의를 마쳤으면 좋겠다.(최부총재의 퇴장을 시발로 양부총재, 박용만·김영배의원이 퇴장)
△이총재=내말좀 듣고나가. 모순된 이야기가 뭐요. 지구당개편대회를 연기 시킨건 누구고. 확대간부회의와 정무회의에서 내이야기를 다 뒷받침하지 않았는가. 김대중씨는 합의도 하지않은 거국내각을 만들자는 등의 얘기를 했지만 나는 내각제를 받아 들인다는등 당론에 위배된 얘기를 한적이 없다. 70명이 서명하고 나를 목졸라 위협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 대화할 분위기는 조성치않고 남공격이나 하니 될 말이냐.
내가 내각제 수용한다고 사꾸라로 몰아 무슨 이익이 있느냐.
총재임기가 얼마나 남았다고 그냥 나가면 전당대회를 잘 치를텐데 분당이니 불신임이니 그게 무엇이냐. 국민의사가 뭐요. 투표해 봤어. 내가 무릎꿇고 항복하라는 것이냐. 남의 말은 안듣고 퇴장하면서 민주주의는 무슨 놈의 민주주의냐. (산회)

<수행원도 없이 외출>
이에 앞서 이총재는 일요일인 15일 하루내내 김수한부총재·홍사덕 전대변인등 중재를 자처하고 나선 당내 인사들과 연쇄접촉을 가졌으나 자신의 선민주화론을 철회할 수 없다고 완강히 고집.
김부총재는 『총재 생각에는 어떤 뿌리가 있는 것 같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 생각을 굽힐 기색이 아니더라』고 접촉결과를 설명.
이총재는 매일하는 목욕겸 운동을 위해 이날 하오3시반쯤 자택을 나서 서울호텔로 수행원도 없이 갔다가 이날밤 늦게 자택에 돌아왔는데 이총재의 후퇴를 반대하는 한측근은 『이총재가 이날하오 누구를 만났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며 그 만남이 절충안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게될 것』이라고 묘한 귀띔.

<「인간적 관계」 강조>
상도동측은 김영삼 고문과 이총재의 「인간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어 「수습」쪽에 비중을 두는듯한 인상.
15일낮 상도동자택에서 김고문을 만난 최형우부총재는 『김고문으로서도 이총재를 코너로 몰아 이번일을 매듭짓기 바라겠느냐』고 말하고 『이번주 중반까지는 잘 해결될 것』이라고 원만한 수습을 장담.
동교동계는 15일 저녁 김대중씨 자택에서 이중재·양순직·노승환부총재, 유제연사무총장, 조순형·김명대 의원 등 중진들이 참석한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창당이래 정리하지 못하고 넘어온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이총재 자신의 태도변화, 비주류의 움직임, 정부의 대응등을 좀더 지켜보기위해 1주일정도 기다려보자』고 신중론을 제시.
이날 모임은 또 두김씨지지 서명자가 70명에 달함으로써 이민우구상을 지지해온 정부와 미국측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18일의 미상원 한국문제청문회 결과를 예의주시키로 했다는 후문.

<소우은 내각제 주장>
14일 귀국한 비주류의 이철승의원은 자신에 대한 징계추진에 대항하는 한편 내각책임제 당론수정안을 내 정식으로 노선투쟁을 전개할 작정이나 아직 비주류내부에서도 의견통일을 못보고 있는 상태.
이의원은 귀국직후 자택에서 김병수의원등과 밤늦게까지 당내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는데 17일 정무희의를 앞두고 비주류 대책모임이 마련될 움직임.
김재광의원은 당내혼란사태에 대해서는 이총재와 두김씨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이의원의 내각제주장에까지 동조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신도환의원도 『이의원이 당론을 어긴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어서「반김」에는 의견을 같이해도 개헌노선에는 이견.
이완희의원등 일부 정풍파들이 동조하고 있으나 그들마저 『소석이 앞장서서는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
한편 미민주당주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있는 세계여성 정치지도 자회의에 참석중인 김옥선의원도 두김씨를 비판하고 이총재가 총재경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자신이 경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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