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개방서 후퇴|합영법등 사실상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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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은 몇달안에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새로운 7개년계획(87∼93년)을 확정할 예정이다.
중공이 경제자유화를 추진하고 베트남과 소련도 경제개혁조치를 계속 조심스럽게 토의하고있는데 비해 북한 김일성은 경직된 정책을 재확인, 강화하고 있는것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일성은 지난해 10월의 제8차 최고인민회의 개막연설에서 경제자유화를 향한 권한의 분산 또는 인센티브제 도입 등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기본적인 마르크스 이데올로기 목표를 추구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고수함으로써 경제자유화경향이 격렬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북한정무원의 주요 인물개편도 이같은 북한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예를들면 국가계획위원회와 경공업위원회 위원장같은 경제요직이 새로운 세대가 아닌 고참당료 박남기와 김환에게 각각 돌아간 것은 경제의 중앙집권화가 강화된것을 의미한다.
더우기 정무원총리 강성산이 이근모로 교체됨으로써 짧은 기간동안이나마 북한이 관심을 보였던 중공식의 개방경제정책은 막을 내리게됐다. 강성산은 2차 7개년 계획이 실패로 끝나가던 83년12월에 임명됐다.
대서방 경제교류확대, 기술이전·경제특구등 중공경험습득, 합영법등의 정책이 사실상 페기됐으므로 강성산이 총리직에서 경질된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기간중 북한측의 동기를 평가함에 있어 당시 최소한 강성산이 당고위직을갖고있었으며 지난해 12월말 새로이 당비서에 임명됐다는점을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강성산이 개방정책을 페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댓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북한측의 개방 움직임이 엄격히 통제된 술책이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개방정책들을 왜 거부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소련과의 새로운 관계가 중요한 변수였음은 틀림없다.
중공의 뒤를 따를때 치러야할 정치적 댓가가 클것이라고 우려했을 것이다. 특히 개방론자인 호요방 전중공당총서기의 사임이 이같은 우려를 확인시켰음이 틀림없다.
반면에 소련은 이념적인 댓가를 거의 치르지 않고서도「손안에 들어있는 새」와 같은 경제적인 이익을 실제적으로 보장해줄수있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김일성은 84년과 85년초에 두가지 정책방향을 동시에 검토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소련쪽을 선택했다.
85년12월 소·북한 양국은 5개년 경제협력조약을 체결하면서 86∼90년간의 양국간 무역거래를 81∼85년간의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북한은 현재 원자력발전·철강생산·해저광물탕사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소련의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중요 산업프로젝트에서 소련의 원조를 얻어내는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것들은 북한의 3차 7개년계획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북한의 경제계획의 목표는 북한주민의 의식주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공표되어 왔지만 김일성은 그의 우상인소련의「스탈린」과 같이 항상 중공업 우선정책을 취해왔다.
지난해 12월의 노동당 제6기 12차대회에서 새로 임명된 제1부총리 홍성남은 「80년대의 10대장기목표」(전기·석탄·철강·비철금속·시멘트·화학비료·섬유·수산물·농산물·토지개간)에 계획을 완수하는 동안 가장 중점을 둘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북한은 이 목표들을 달성하기위해 1993년까지 3년을 더 할당했는데 북한이 이렇게 목표미달을 인정하는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그것은 최근의 암울한 경제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련의 원조나 올바른 경제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북한의 경제성과 개선에 제1차적 요인은 아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정치적 명령에 「중요성을 부여, 복종해와 경제전략의 선택여지를 축소시켜 버렸다. 「주체」의 고립정책을 추구해온 북한은 낮은 수준의 기술도입과 저급한 부가가치의 수출을 해왔다.
북한의 경제는 많은 외채와 부가가치가 적은 수출품, 외국기술과 자본획득에 있어서의 어려움, 급속히 노후화되고 있는 플랜트·기계및 하부구조,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낡은 경영형태, 소비재에 의존하는 수출시장등으로 인해 침체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서 또다시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정치변수로 인해 벌어졌다.
북한이 중공과 같은 경제자유화를 하려면 김일성과 그후계자 김정일이 제거되기를 기다려야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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