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킬라 제도, 파이샤 바술을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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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가치와 질의 완벽한 조화를 경험할 때 ‘파이샤 바술’이라고 말한다. 지불하는 돈(Paisa)에 대해 보상(Vasool)이 확실하다는 의미로,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가성비에 해당한다. 파이샤 바술을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는 화장품 분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드레지(Godrej)그룹은 염색약을 3g씩 최소 포장으로 개당 7루피(약 20센트)의 초저가 제품으로 출시했는데, 현재 인도 내 염색약의 약 6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화장품 업계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 소포장과 1달러 미만의 가격은 파이샤 바술을 위한 전략의 황금률이 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만 들여 ‘신상’을 경험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구매를 유도해 파이샤 바술이라고 입소문이 나면 매출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KOTRA는 책 『2017 KOTRA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내년 화두는 변화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라고 강조했다. 17일 발간된 이 책은 중국 베이징, 케냐 나이로비, 파라과이 아순시온 등 33개 코트라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참여해 집필했다. 

‘마킬라 제도’ ‘파이샤 바술’(가성비) ‘Swiss Made’ 등 키워드로 틈새 시장 뚫어라 KOTRA,「2017 KOTRA 리포트」발간

‘마킬라 제도’ ‘파이샤 바술’(가성비) ‘Swiss Made’ 등 키워드로 틈새 시장 뚫어라
KOTRA,「2017 KOTRA 리포트」발간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 기업이 진출할 만한 각국의 틈새시장이다.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마킬라 제도’도 그 중 하나다. 마킬라 제도는 외국 기업들이 자국에서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수출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자국 생산 제품의 자본재·원자재·부품에 대해 무관세 임시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파라과이의 마킬라 제도는 자본금에 대한 법적 제한 조건이 없다. 김상연 THN 파라과이 대표는 “마킬라 제도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일 경우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을 전면 개방한 미얀마에서는 고품질의 우리 제품이 인기를 끌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고, 잇따른 테러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지역의 호신용품 시장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도 불어온 건강, 친환경 바람 역시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신정부의 개발 의지가 일거리를 크게 늘리고 있는 필리핀의 건설·정보기술(IT)산업, 의료보험⋅의료개혁 앞둔 페루의 의약품 시장 등도 우리 기업이 진출할 만한 대표적인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또한 KOTRA는 리포트에서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세계 곳곳의 모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이미지 자체를 파워 브랜드화 하는 스위스의 ‘Swiss Made’이 대표적이다. ‘Swiss Made’는 내년부터 시행될 스위스 국가브랜드 법안으로, 스위스와 스위스 국기 상표를 부착할 수 있는 상품의 기준을 설정해 ‘스위스산’의 오남용을 막는다.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홍보를 막아 국가 이미지와 상품 경쟁력을 보호하려는 제도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많은 국가가 안으로 웅크리는 모양새지만 움츠러들수록 틈은 더 벌어지는 법”이라며 “세계 판도를 바꾸는 흐름에 대응하는 국가정책과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습은 2017년 세계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 2017 KOTRA 리포트]

[자료 : 2017 KOTRA 리포트]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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