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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코미 국장 때문에 졌다"

중앙일보

입력

힐러리 클린턴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때문에 졌다"고 털어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클린턴은 이날 후원자들과의 작별 전화회의에서 "내가 진 이유는 여럿 있지만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코미 국장이 보낸 편지 탓에 세차례의 TV토론 승리와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스캔들 이후 구축한 모멘텀(동력)이 멈추고 말았다"며 "비통함을 느낀다(heartbroken)"고 털어놓았다.

코미 국장은 대선 11일 전인 지난달 28일 돌연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알리는 편지를 의회에 보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클린턴의 지지율이 꺾이고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당시는 많은 주에서 조기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였다. 코미 국장은 선거 이틀 전 다시 "재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오히려 역효과만 몰고 왔다는 게 클린턴의 분석이다.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경합주에서 박빙의 차이로 패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는 듯 하다.

클린턴은 "FBI 재수사의 전개가 극복하기에 너무 힘들었다"며 "(선거 이틀 전) 코미가 보낸 '재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내용의 두번째 편지는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을 격분케 했을 뿐 나에게 기울었던 부동층 유권자를 안심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3차 TV토론(10월19일)이 끝난 뒤 경합주였거나 뒤지던 두 곳이 우리 편으로 오고 애리조나는 동률로 따라잡았었다(결과는 45.4% 대 49.5%로 패배)"고 아쉬워했다.

한편 WP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13가지 이유를 게재했다.

WP는 ▶백인 유권자 표에서 58%대 37%로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격차(21%포인트)를 벌렸고 ▶여성 유권자가 대거 투표에 나서 트럼프를 손볼 것이라 했지만 남녀 투표비율이 2012년(남 47%, 여53%)보다 오히려 줄어든 숫자(남 48%, 여 52%)었고 ▶클린턴이 믿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덜 투표장에 나왔고(전체 대비 11%), 생각보다 트럼프가 많이 가져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2년 밋 롬니는 27%, 트럼프는 29%)

또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몰표를 던졌고(롬니 78%, 트럼프 81%), ▶결국 키워드가 '변화'였던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모든 부정적 이미지는 '변화의 후보=트럼프'로 모두 덮혀졌다는 점 ▶오바마케어(오바마가 도입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불만이 의외로 컸고 ▶우리의 판단보다 유권자들은 TV토론에서 트럼프가 크게 뒤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WP는 선거 6일 전 "수많은 시나리오 중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4가지가 있다"며 "그 모든 경우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선거인단 수는 273명"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아직 4% 미개표된 미시간주가 현재대로 트럼프가 이길 경우 트럼프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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