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되면] 3D 인력난 '숨통' 中企는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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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허가제가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도입을 둘러싸고 10여년간 거듭된 논란이 일단 매듭됐다.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시비가 끊이질 않은데다 불법 체류 외국인들들을 한꺼번에 내보낼 경우 산업현장의 인력 공백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이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 경우 임금상승과 내국인의 실업률 증가가 우려되고 가뜩이나 불안한 노사 관계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 찬반 논란만 무성했다.

그러던중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한 목소리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고용허가제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돼 3D업종의 인력난이 많이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 왔던 사업주는 한국어 능력과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능 수준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를 적기에 채용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 관리와 교육서비스 등을 전담할 예정이기 때문에 근로자에 대한 관리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송출비용 없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 하에서는 한 사람당 평균 3천~7천3백 달러 가량의 송출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그래서 이들이 산업현장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불법체류자를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되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법 체류자의 강제 출국에 따른 산업현장의 피해도 최소화될 전망이다.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이달 말까지 한국을 떠나야 하는 근로자는 7만3천여명. 그렇지만 전체 불법체류자 30여만명중 22만7천여명은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국내 체류기간이 3년 미만인 외국인 16만2천여명은 최장 2년간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국내 체류 기간이 3년이상 4년 미만인 외국인(6만5천여명)은 일단 출국한 뒤 3개월안에 재입국해 출국하기 전 국내에 머문 기간과 합쳐 5년을 넘지않는 범위안에서 국내 업체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예상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산업연수생제와 병행 실시되면서 동일한 업종에서 일을 하더라도 '산업연수생'이냐 '근로자'이냐에 따라 임금이나 노동권에서 현격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에 따른 불만과 저항이 커져 산업 현장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산업연수생들이 단속과 강제추방을 감수하고 불법체류자로서 좀더 높은 임금을 주는 사업장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또 산업연수생의 수가 제한돼 있지만 사업주가 노동3권 등을 갖는 근로자보다는 연수생을 선호해 고용허가제가 제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국내 근로자에 준하는 노동권이 보장되고 최저임금과 산재보험이 적용됨에 따라 임금 상승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이밖에 외국인 근로자가 단체행동권 등을 갖게 됨에 따라 노사분규가 빈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와 관련,정부는 쟁의 행위 과정에서 국내법을 위반해 처벌받을 경우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강제출국되고 재입국이나 취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격렬한 노사분규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근로자의 구직과 임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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