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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푸틴, 브로맨스 사이 되나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미국 대통령·왼쪽)와 푸틴(러시아 대통령)

트럼프(미국 대통령·왼쪽)와 푸틴(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주인이 되며 국제 질서는 격변을 맞게 됐다. 국내에선 반이민, 외부로는 동맹ㆍ통상 질서의 재편을 공언했던 트럼프 시대는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했던 동맹ㆍ적대국의 관계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만들어온 전통의 동맹 관계에 새로운 잣대를 제시했다. 동아시아의 한국ㆍ중국·일본, 유럽의 독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트럼프에게는 손 볼 대상이다. 트럼프는 “한국은 껌 값만 지불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미국의 일자리를 좀먹는 정말 형편없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일본과는 상호방위를 명시한 미ㆍ일동맹의 근간인 미일방위협력지침을 비판한다. “일본이 공격받으면 미국이 돕지만 미국이 공격받으면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을 향해선 “경제적으로 부유한 강국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나토에 대한 비용 부담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추진했던 중동 난민 수용 정책을 놓고도 “독일을 망치고 있다”며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난민 문제로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난민 정책의 기본 철학은 중동의 인접국들이 책임지라는데 있다. 미국은 난민을 받지 않을 것이며 대신 중동 현지에 난민 캠프를 만들고 그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대라는 요구다. 트럼프에 따르면 이들 동맹국들은 자체 안보를 미국에 맡기면서 미국 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이중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통상 분야에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및 재협상을 요구한지 오래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대표되는 이 같은 고립주의 정책은 군사적 개입과 지원을 축소하고 통상 장벽을 쌓겠다는 취지라 미국이 안보동맹과 무역협정의 두 축으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친구를 만들어온 전후 질서의 대원칙은 전면 재편된다.

이로 인해 전통의 동맹 관계가 희석되고 반대로 새로운 협력국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신밀월 관계가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과거 냉전 시대 미국의 최대 주적이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러시아는 미 국방부가 발표하는 각종 전략 보고서에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 1순위이다.

그러나 트럼프와 푸틴은 브로맨스(남자들의 친밀한 관계) 사이라고 할 만한 우호적이다. 트럼프는 지난 9월 “푸틴은 우리 대통령(버락 오바마)보다 훨씬 뛰어난 지도자”라고 말했다. 푸틴은 과거 트럼프에 대해 “흥미진진한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 동아시아·서유럽 국가들과는 안보 비용 갹출과 통상 압박으로 관계가 악화되는 반면 러시아와는 관계가 개선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국제 질서 역전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트럼프의 신외교 정책이 얼마나 현실화될 지의 변수는 미국 의회다. 미국 의회는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군사 동맹에 관한 한 전후 질서에 충실하다. 지난 9월 워싱턴을 찾은 정세균 국회의장 일행이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 인사들을 만났을 때 이들은 “의회가 미국을 움직이는 만큼 법을 바꾸지 않는 한 대외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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