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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여자만은 바르게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성이 생계수단인 삶을 자녀들에게만은 결코 대물리지 않으려는 어머니들이 탁아소 마련의 꿈에 부풀어있다. 서울 용산역 일대 윤락여성들의 자조모임인 「개나리회」 회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천신만고 끝에 최소한의 생활기반을 마련하여 그 뒷골목 동네를 떠나는데 성공한들 자녀교육을 그르쳐버린 뒤라면 새 삶을 일구기가 불가능하다는 걸 여러 「선배」 들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모들의 반발과 교육비가 무서워 일반 유치원과 유아원에는 자녀를 보낼 염두조차 못내는 어머니들. 그들의 자녀들도 여염집 어린이들의 곱지않은 눈초리며 노골적인 따돌림 때문에 동네 놀이터에 가서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는 처지다. 온종일 요지경 같은 뒷골목에서 어른들이 성을 사고 파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랄수 밖에 없는 형편. 그 골목을 나서봤자 고작야릇한 비디오가 상영되는 만화가게나 전자오락실 정도다.
『환경이 이렇고보니 저희들끼리 빈방에 몰려가 논다는게 늘 보고 배운 화투치기며 어른들의 성행위 흉내』라며 자녀를 둔 윤락여성들은 한숨지어왔다.
마침내 생각해낸 것이 탁아소.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도대체 온종일을 보낼 만한데가 마땅찮은 자녀들이 가정교육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던 일 「반듯한 말씨며 생활습관을 익히고, 너무 일찍부터 멍들고 시드는 동심」도 꽃 피워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뜻을 모은 것이다.
이 탁아소 마련의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12월 유니세프 (국제연합아동기금)와 하이야트 호텔이 이들을 돕고자 공동 주최한 모금행사 「사랑의 장터」.그 후 교육·정치·경제계의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탁아소 설립을 위한 건물임대료·시설비· 운영비 및 각종 교재를 지원하겠다고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 지역 윤락여성들이 하루빨리 「떳떳한 시민」이 돼 보겠다는 의지로 「개나리회」를 조직한 것은 지난 81년. 그동안 3백여명의 회원들은 1인1통장 갖기, 철저한 정기건강검진, 폭음 및 환각제복용 삼가기, 상습적 도박퇴치 등의 운동을 펴왔고 이미 몇명은 미용·운전 등의 기술을 배운 뒤 이 골목 동네를 떠나 자립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이 탁아소에 자녀를 맡긴 어머니들에게는 부모교육과 함께 본격적인 직업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할 계획.
지금까지 「개나리회」회원들의 「새로 태어나려는 의지」를 여러모로 뒷받침해온 서울용산보건소 주혜난 소장은『탁아소운영을 중심으로 이 여성들의 자립활동을 도운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나면 3년쯤 후부터는 이 같은 사업을 영등포나 동대문 등 보다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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