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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TPP 폐기, 모든 중국산에 45% 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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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의 변형된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기업인과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철저히 미국과 미국인 중심이다. ‘미국을 다시 첫 번째로(Make America First Again)’라는 그의 대선 구호가 경제정책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트럼프노믹스 정체는
법인세 35% → 15%, 상속세 폐지
공약 이행 땐 재정적자 악화 우려

대내 경제정책은 감세와 규제 철폐로 집약된다. 트럼프는 세금을 줄여 경기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감세로 가처분소득을 늘려 중산층을 복원하고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감세 폭은 크다. 레이건 시절 이후 최대 규모라고 주장할 정도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고, 법인세율은 35%에서 15%로 대폭 인하한다. 그는 “평생 세금을 낸 근로자들에게 죽어서도 세금을 내게 할 순 없다”며 상속세 폐지도 약속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미국 통화정책은 궤도 수정이 예상된다. 금리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 입장은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수출기업과 미국 경제에 불리하다’로 요약된다. 스스로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엔 오랜 초저금리가 시장에 거품을 조장한다는 매파적 시각이 가득하다. 비둘기파의 대모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내년 1년 교체가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금리를 최대한 천천히 올리겠다는 Fed의 기존 통화정책 구상은 헝클어진다. 금리는 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될 소지가 다분해졌다.

월가 규제는 대거 해제된다. 트럼프는 월가를 옥죄고 있는 강력한 금융규제 강화법인 ‘도드-프랭크법’은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외 경제정책의 핵심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중국을 미국 일자리를 앗아가는 주범으로 인식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일으키는 보호무역 바람은 세계 각국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글로벌 교역을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정책만 보면 트럼프는 확실히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 폐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1조 달러(약 1150조원)의 인프라 투자를 내세웠다. 에너지 정책도 파격적이다. 트럼프는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파리기후협약 등 모든 환경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대대적인 감세와 대규모 투자지출은 재정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분석기관인 CRFB는 트럼프 공약 이행에 향후 10년간 11조~16조 달러가 들고 미국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4%에서 111~141%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는 빚을 내(국채 발행) 빚을 갚는 악순환에 더 깊이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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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경제공약

● 조세 : 소득세·법인세율 인하, 상속세 폐지
● 무역·금융 : TPP 반대, FTA 재검토, 월가 규제 완화
● 에너지 : 환경규제 폐지
● 복지 : 오바마케어 폐지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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