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돌대출, 보증한도의 150%까지 늘려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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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신용등급 6등급인 직장인 김모(30)씨는 지난달 한 시중은행의 스마트폰 뱅킹을 통해 사잇돌대출 한도를 확인해봤다. 연 24% 고금리인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8% 안팎의 중금리 대출로 갈아타고 싶어서였다. 확인 결과 사잇돌대출로 그가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는 500만원에 그쳤다. 그는 “사잇돌대출은 최대 2000만원 한도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대출한도가 작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거래실적 좋으면 금액 조정 가능
고금리 상환용 대출액도 늘리기로
1인 한도는 현행 2000만원 유지

은행권이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 상품 ‘사잇돌대출’을 내놓은 지 넉 달이 지났다. 지난 9월엔 저축은행도 이와 비슷한 ‘사잇돌Ⅱ대출’을 출시하며 가세했다. 넉 달간 사잇돌대출 실적은 총 2325억원으로, 4~7등급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출가능 금액이나 대출 승인율이 이용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사잇돌대출의 개인별 대출 가능금액을 종전보다 늘려주는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신용도나 금융거래 실적이 양호하고 은행·저축은행이 서울보증보험에 추천한 고객이 그 대상이다. 1인당 최대 대출한도(2000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평균 대출금액(은행 1086만원, 저축은행 879만원)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사잇돌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이 신용등급과 기존 대출규모 등을 심사해서 개인별로 보증한도를 산정해주면 은행·저축은행이 그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해줬다. 소비자가 받는 대출금액은 보증한도보다도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론 은행·저축은행이 자체 판단을 통해 보증한도보다 최대 50%까지 늘려서 대출금액을 정할 수 있게 된다. 손명룡 서울보증보험 상품개발팀장은 “보증기관은 대출정보만 보고 보증한도를 정하지만 주거래은행은 고객의 예금·적금 거래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자체 판단을 믿고 대출금액을 늘려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늘려잡는 대출금액까지도 서울보증보험이 100% 보증해주기 때문에 은행이나 저축은행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 따라서 소비자가 금융거래 실적을 착실히 쌓아온 주거래 은행을 이용한다면 사잇돌대출을 기존 보증한도보다 더 많이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단, 1인당 최대 대출한도 2000만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인 경우에도 대출가능금액을 전보다 늘려주기로 했다. 예컨대 지금은 기존 대출 1200만원이 있는 신용등급 5등급자(연소득 4000만원 가정)가 사잇돌Ⅱ대출을 신청하면 한도가 7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1200만원 대출을 갚기 위해서라고 용처를 창구에서 미리 밝히면 1200만원까지 대출이 나간다. 대신 이 돈은 다른 데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대출금이 기존 대출이 있는 금융회사로 직접 이체된다. 은행권 사잇돌대출은 금리가 연 6~10%, 저축은행 사잇돌Ⅱ대출은 연 14~19%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일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6월 말 기준 25.4%)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중신용자라면 사잇돌대출을 이용해 갈아타는 것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은행 사잇돌대출은 출시 이후 넉 달간 1820억원 어치가 나갔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5~6월이면 은행권 목표한도(5000억원)가 소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사잇돌대출 수요가 꾸준한 만큼,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서울보증보험, 참여 은행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비해 저축은행의 사잇돌Ⅱ대출은 두 달간 505억원 나가는 데 그쳤다. 사잇돌Ⅱ대출의 경우 출시 초기에 저신용등급 고객들이 많이 몰리면서 대출 승인율이 저조했던 게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신진창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은행에 비해서는 저축은행 승인율이 아직 낮긴 하지만 점차 상승하는 추세”라며 “현재 30곳인 사잇돌Ⅱ대출 취급 저축은행을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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