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비 90만원 받았다고 대통령 물러나게 한 독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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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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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취임 2년 만에 사임한 독일의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당시 불프는 지인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으며 대통령 직위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작은 불프가 2008년 니더작센주 주총리 시절 주택구입을 위해 재벌 친구에게 특혜성 저리의 사채를 쓴 것이다. 이때 불프는 은행 이자보다 1% 낮은 이자로 50만 유로(약 6억 2000만원)를 빌렸고 2년 뒤에 갚았다.

기업들로부터 공짜 휴가여행, 승용차 협찬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2008년 불프의 가족이 뮌헨 옥토버페스트에서 한 영화 제작사가 호텔 및 유흥비로 대신 내줬다는 720유로(약 90만원)가 문제가 되기도 했고 아내 차 리스비를 0.5% 싸게 낸 사실까지 드러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는 아우디 승용차 딜러가 불프의 아들에게 선물한 장난감 자동차도 문제삼기도 했다.

불프는 당시 “친한 친구에게 돈도 빌릴 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은 계속해서 악화됐고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압력도 점점 거세졌다.

지지율도 추락했다. 당시 한 시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결국 불프는 대통령직에 오른 지 2년 만에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사임 이후 독일 검찰은 영화 제작자로부터 호텔비를 제공받았다는 것 외에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불프는 2014년 2월 향응 수수 및 직권 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문성훈 인턴기자 moon.s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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