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현장에 변호사 입회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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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고문방지를 위한 상설특별기구 구상을 밝히자 각계에서는 『때늦은 감이 있으나 고문은 기어이 추방돼야한다는 점에서 기대해볼만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정계·인권 단체등각계의 고문추방을 위한 제안을 들어본다.
▲김헌무씨(서울고법부장판사)=고문은 가해자인 수사기관원이 부인하면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기화가 돼 지금까지 책임을 옳게 물은바가 없다. 적발된 고문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해야한다.
고문해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의식이 체질화돼야 하며, 무리한 지시를 하고 가혹행위를 묵인한 지휘관에게도 책임을 지워야한다.
특히 검찰·법원의 반성이 요망된다. 검찰은 고문주장을 경청하고 진상을 가리는 적극적 자세를 취해야하고, 법원은 고문에 의한 자백은 철저히 증거에서 제외시켜 고문에 보다 강력하고 폭넓은 제동을 걸어야한다.
고문피해자도 울분만 삼킬것이 아니라 문제를 표출시켜야하고 인권기관은 신고센터를 운영, 고문사례를 모으고 공동의 대처를 하도록 해야한다.
▲홍성자씨(변호사)=이같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현행 법률제도의 미비 때문이라기보다 수사담당자가 규정된 법률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고문방지를 위한 상설기구설치도 좋지만 이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수사과정에서의 변호사입회권리가 보장되어야하며 나아가 이를 의무화해야한다. 미국에서의 경우처럼 법원에서도 변호사입회없이 받아낸 자백이나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삼을수 없어야한다.
이와함께 고문수사를 가능케하는 각종 밀실수사·별관수사가 종식돼야한다.
대공사건수사를 위해 당초 만들어겼던 별관이 일반사건 수사장소로 이용되어서는 안되며 국민들은 누구나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받을 권리가 인정돼야한다.
▲김형준씨(변호사)=6년전 고숙종여인 사건때 고씨가 『고문이라는 괴물의 최후의 속죄양이 되게 해달라』고 변론했던 기억이 회상된다.
당시 고문이 큰 사회문제가 됐었음에도 지금껏 불식되지 않고 오히려 상례화하고 수법도 더 나빠지고 있는것같다.
고문자는 최고 사형까지 처할수 있도록 하는 고문방지특별법을 제정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 형사소송법을 개정, 조사받는 피의자가 희망하면 변호사가 수사과정에 입회할수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선언적 법규보다는 현장에 감시의 눈이 존재토록 해야한다.
▲박찬종의원(신민·인권옹호외원장)=박종철군에게 가해진 일련의 고문행위는 특수수사기관에서는 상례화되고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내 상설기구는 어디까지나 법적·제도적으로 고문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기구에 불과, 기대할것이 못된다.
지금 당장에 서두를 것은 국회의 국정조사권을 발동,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다.
상설기구는 국회내에 설치되어야 하며 국정조사권을 가져야 하고 미국식의 청문조사권을 행사할수 있어야 한다.
이 기구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조사위원읕 두어 고문에 대한 국민의 고발을 받고 2명이상의 조사위원이 즉시 나가 조사활동을 벌일수 있어야 한다.
또 각계의 인사들로 자문위원을 선정, 위원회의 활동이 엄정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할것이다.
▲현경대의원(민정·원내부총무)=인권보호를 위한 특별기구는 단순한 정책입안이나 자문성격의 기관이 돼서는 안된다. 고문수사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를 할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진정을 접수·처리한다는 것은 기존체계에 혼란을 즐 우려가 있으므로 특정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 조사권을 발동하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본다.
특정사안만 다룰 경우 유명무실해질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는 진정을 접수할수 있는 제도작 장치도 마련돼야한다.
또 단순한 진정접수 이외에 적극적으로 내사도 할수있도록 해야한다.
▲김승훈신부(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고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상설기구는 정부측 인사만으로 구성되어서는 안된다 .재야단체·종교계등 그동안 고문방지를 위해 노력해온 재야인사들이 참여해야한다.
또 이 기구가 고문을 근본적으로 척결하는 역할을 하려면 고문자체에 앞서 체포·구금· 수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예방돼야 한다.
영장없는 체포·구금이나 가족조차 소재를 알수 없는 「밀실수사」 「분실 수사」가 없어져야 한다.
무리한 고문수사는 반정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해결은 사회의 민주화에서 찾아야 하며 인간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수 있는 사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형국교수(연대법학)=박군의 죽음이 고문의 항구적인 종식의 계기가 되어야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3년전 김근조씨사건을 계기로 특가법(고문치사에 대한 처벌조항)을 새로 신설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 또다른 죽음을 낳는 상태로 여전히 지속되고있음을 볼때 단순히 자세를 새롭게 하는 것만으론 안된다.
고문근절을 위해선 우선 △고문이 있어왔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져야할 것이며 △이 분석을 바탕으로 공직자의 자질향상책마련, 국민의식계몽, 실효성있는 법적제동장치마련등이 이뤄져야한다.
특히 이러한 작업들을 일관성있게 해나갈 기구가 필요하며 그 구성원은 공무원등 행정·사법당국자로 국한되어선 안되고 종교인·언론인·학자·정치인등을 망라, 국민들이 신뢰할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모경장(45·경찰서 형사계근무)=45년 김양조씨사망으로 고문근절을 위해 새법까지 제정됐지만 이번사태가 다시 일어난 것은 우리 수사관들의 의식에 근본적으로 문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문에 대한 수사형사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1년내내 계속되는 실적위주의 일제단속 또한 고문의 원인이 된다.
실적에 따른 지휘관들에 대한 문책이 정도에 지나쳐 그 여파가 일선 수사관들에게 미치는데 여기에서 수사에 무리가 오게 되고 이과정에서 고문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조사실을 공개하는 것과 수사인원을 늘려줘 과중한 업무부담에 따른 짜증수사를 해소하는 것도 고문근절책의 하나로 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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