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에 뜻밖의 인물"…빗나간 하마평|고문 문책인사를 보는 정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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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찍부터 인사단행 예상―청와대>
청와대 주변에선 20일상오 일찍부터 내무장관 및 치안본부장에 대한 문책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특히 이날 있은 내무부의 새해 업무보고가 시작되기전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과 이춘구사무총장이 다녀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보고직후 김종호내무장관이 따로 전두환대통령을 잠시 만났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경질은 기정사실화 되고 후임자가 누가 될것이냐는데 관심이 집중.
후임자로는 이번에 기용되는 장관이 선거를 관장할 선거관리장관이 될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인 출신이 아닌 행정부족 인사가 될것이라는 설이 무성해 박영수대통령비서실장과 염보현서울시장등이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렸다.
하오5시30분쯤 종합청사에 있던 정관용총무처장관이 청와대로 올라갔다는 소식과 함께 청와대비서관들이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거의 전원 대기상태에 있어 인사가 임박했음을 예고.
하오6시30분이 지나 방에서 대기중이던 이종률대변인이 마침내 호출을 방아 본관쪽으로 올라갔고 약10분뒤 기자실로 내려온 이대변인이 내무장관과 치안본부장의 경질을 배경 설명없이 간략히 발표.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내무부>
취임 4개월 20일만에 퇴임하게돼 5공화국들어 가장 단명을 기록한 김종호내무장관은 『내무장관이란 자리는 언제라도 물러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하는 자리』라고 말하고 『사실은 지난해 건대사태와 신민당 서울개헌대회때는 만일의 상황이 생기면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별 탈없이 넘어갔다』면서 『이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지역구를 돌보며 잠시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해 업무계힉보고를 마치고 낮12시쯤 종합청사 장관실로 돌아온 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은 진퇴가 분명해야한다. 2∼3일쫌 후에 자세한 얘기를 해주겠다』고 말해 고위층과 자신의 거취에 관해 얘기를 나눈 인상을 풍겼다.
김장관은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하오3시쯤기자들이 다시 찾아가자 『아까 업무보고를 마친뒤 대통령께 물러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자신의 진퇴에 관해 처음으로 분명한 답변을 했다. .
김장관은 『이번 사건이 났을 때 처음부터 장관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으며, 경찰의 자체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19일 아침 일찍 수사결과 보고서를 갖고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을 찾아가 보고를 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고 공개.
19일 경찰의 수사발표후 여당등에서 장관과 치안본부장의 인책사임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내무부·치안본부직원들은 20일상오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표정으로 여기저기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상황전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들이었다.
직원들은 여론의 압력이 워낙 거세어 정부의 입장에서도 경찰발표와 실무자인책으로 끝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장관선까지의 인책으로 사태가 수습될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사대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정호용전육군참모총장이 후임으로 임명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내무부는 상하가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
직원들은 『내무행정에 경험이 있는 인사나 경찰출신 중에서 후임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두분야에 모두 생소한 군출신 장관이 임명된 것은 뜻밖』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정국의 전개방향과도 관련이 있는것 아니냐는 풀이를 해보기도.

<치안본부>
강민창치안본부장은 청와대 업무보고를 마치고 돌아온뒤 부속실 책임자를 불러 『하오5시쫌 인사발표가 있을테니 챙겨보라』고 지시하고는 사무실에서 차장들과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누며 인사발표를 기다렸다.
강본부장은 사건발생 직후부터 모종의 결심을 한듯 체념의 표정이 뚜렷했었는데 이날은 더욱 담담한 표정으로 『부하를 내손으로 구속시키고 어떻게 자리에 계속 앉아있겠느냐』고 심경의 일단을 피력하기도.

<노총리에 전문으로 보고―총리실>
구주5개국 순방으로 노신영국무총리가 자리를 비운 총리실은 이규성행조실장과 주요관계관 및 당직자들이 남아 하오5시부터 라디오를 틀어놓고 발표를 기다리는 모습.
총리실은 이날 하오 각 석간신문에서 내무장관 후임에 거론되는 인사들의 명단을 추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노총리에게 전문으로 보고.
발표가 난뒤 총리실은 발표내용을 이날 하오6시쯤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노총리에게 긴급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무위원 인사에 관한 총리제청의 절차는 상부에서 했으며 이미 총리가 떠나기전 윤곽자체는 잡혀 있었던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청와대에 당수습방안 건의―민정당>
민정당은 내무장관의 인책이 빠른 시일내에 단행되자 당의 건의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반색하는 눈치.
당의 한관계자는 『우리당은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정치·도의적 책임을 강조해왔다』면서 『당의 주도로 이사건의 정치적 책임이 마무리됐다』고 자평.
이춘구사무총장이 19일 청와대를 방문, 이번 사건에 대한 당의 입장을 건의한데 이어 20일상오 노태우대표위원과 이총장이 다시 청와대에 올라가 정치적 인책에 관한 당정협의 결과를 보고하는등 이번 사건의 조기수습을 위한 장관인책에 전례없이 적극적인 자세.
당직자들은 노대표의 청와대방문이 끝난후 바로 있었던 내무부의 업무보고에서 전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에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는데 전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하자 대통령의 결심을 확인하게됐다고 한 당직자가 귀띔.
그러나 노대표등 극소수를 제외한 당직자들은 신임내무장관에 정호용전『군참모총장이 기용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노대표는 『정장관도 유력한 대상자의 한사람』으로 알고있었다는 것이 노대표를 20일하오 발표 전에 만난 한 인사의 설명.
노대표는 이날 저녁 육군회관에서 열린 육사 11기의 입교 35주년기념 만찬에 참석해 뒤늦게 도착한 정장관에게 축하를 표했다는것.

<〃완전 해결된것 아니다〃―신민당>
신민당 의원들은 내무장관·치안본부장의 인책경질을 환영하고 『당연한 조치』라고 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문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이 있어야 할것』이라고 계속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민우총재는 인일 상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가 고위책임자를 인책, 해임함으로써 일단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진것으로 보나 문제가 완전해결된 것은 아니다』면서 『야만적인 고문이 근본적으로 근절되도록 대통령은 민주화의 중대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재촉구.
이총재는 이어 『야당끼리 국회소집을 요구할때 여당측이 응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궁지에 몰리는 결과만 낳고 불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임시국회소집을 강조.
확대간부회의 참석자들도 한결같이 『인책경질만으로 문제가 끝날 알이 아니고 고문을 비롯, 인권침해상황 전체의 발본색원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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