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울마라톤] 런래빗런 크루

중앙일보

입력

중앙서울마라톤에 '검은 토끼'가 떴다.

6일 중앙서울마라톤대회 10㎞ 코스에 참가한 '런래빗런(Runrabbitrun)' 회원들이 검은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출발선 앞에 섰다. 10여 명의 회원이 모이자 금새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런래빗런 이름에는 토끼가 들어있다. 한 회원은 "토끼띠 친구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옆에 있던 회원은 "'토끼처럼 귀엽게 뛰자'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회원들은 팀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런래빗런의 운영자 김진국(26) 씨는 "친근하면서 호기심 많고 잘 달리는 '토끼'를 팀 이름에 넣고 싶었다. 미국의 힙합가수 에미넴이 부른 '런래빗(Run rabbit)'이란 노래를 듣고 팀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만들어진 런래빗런은 최근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러닝 크루(running crew)'를 표방한다. 러닝 크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결성된 스포츠 동호회의 한 종류다. 직장·학교·지역 이름 아래 뭉친 기존 마라톤 동호회와 달리 강제적이지 않다. SNS로 소통하며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팀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관심 없어도 된다. 나가기 싫은 날 억지로 모임에 출석도장을 찍을 필요도 없다. 자유분방함이 장점인 러닝 크루가 20·30대 사이에서 빠르게 늘고 이유다.

런래빗런에는 49명의 회원이 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20명 남짓이다. 이번 중앙서울마라톤에는 15명이 참가했다. 런래빗런 역시 다른 러닝 크루처럼 가입이 자유롭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공식 훈련에 3주 연속 참가하면 된다.

훈련 방식도 특이하다. 운영진이 매번 다른 훈련 장소를 지정해 모인다. 남산·한강변·올림픽공원 등 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대학생, 직장인이 주축이다. 남녀 성비는 반반인데 여성 멤버들의 참가율이 다른 크루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장태철(31) 씨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했다. 회원 중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경험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그저 달리기가 즐겁고, 사람이 좋아 모였다. 구현모(25) 씨는 "우리 크루는 초보자도 쉽게 참가할 수 있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런래빗런 회원들은 달리면서 재미와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회사원 장태철 씨는 "1년 전 달리기를 시작해 몸무게를 10㎏ 넘게 감량했다. 30㎏를 뺀 회원도 있다"고 한다. 이지은(26) 씨는 "처음에는 1㎞를 뛰는 것도 버거웠다. 멀리서 버스를 보면 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지금은 열심히 달려 버스를 잡는다. 일상 속에 달리기가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한 15명의 회원 모두 10㎞를 1시간 내에 완주했다. 대학생 손희병(24) 씨는 "마라톤은 거짓말이 없는 운동이다.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는다"고 말했다. 송준희(27) 씨는 "힘들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사람만 아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