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관 신병확보|내주중에 소환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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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다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군(21·언어학과3년) 변사사건을 수사중인검찰은 17일 박군이 가혹행위로 인해 숨졌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수사에 관련했던 경찰관 전원을 내주중 소환, 조사키로 하고 관련 경찰관의 신병을 확보토록 지시했다.
정구영서울지검 검사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가 통보되는대로 수사를 본격화,가혹행위가 밝혀지면 관련경찰관 모두를 구속하겠다고 밝혔다.
정검사장은 또 부검결과 통보내용에 관계없이 검찰은 철저히 박군의 사인을 규명하고 내용을 공개해 국민들의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군의 사인이 가혹행위로 인한 고문치사로 밝혀질 경우 이를 가중처벌토록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폭행치사죄를 적용, 엄중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체조사에 나선 경찰은 17일 박군 조사에 관련했던 경찰관 2명의 신병을 확보,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군을 최초로 진료한 중앙대부속용산병원 내과 오연상전문의(32)는 소견서에 『호흡정지후 약30분간 인공호흡을 했다고 수사관들에게 들었으며 물을 많이 먹었다고함』 『복부팽창이 심하며 치아노아제현상(산소 결핍으로 피가 검푸르게 된 상태)이와 있음』 『폐(폐)청진상 수포음이 전체엽에서 들림』이라고 기록했다.
한편 지난15일하오 부검현장에 가족대표로 입회했던 박군의 삼촌 박월길씨(37) 는 박군의 머리·이마·뒤통수·사타구니등 수십군데에 멍자국이있었다며 박군이 가혹행위로 숨졌다고 주장하고있다.
박군의 사체는 16일상오8시25분쯤 벽제화장강에서 화장된후 가족들에 의해 임진강지류에 뿌려졌다.
한편 동료학생들은 서울대 언어학과 사무실에 16일 상오10시30분쫌 분향소를 마련했다.
◇검찰수사=서울지검은 17일 박군의 사망경위에대한 수사에 나서 금명간 현장검증을 실시키로 했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부검결과 검안서가 아직 나오지않았으나 현재까지의 조사로 자살이나 자연사는 아닌것으로 보여 정밀사인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결과 박군에 대한수사는 「의식화」 수사를 위해 지난해말 신설된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의 2과가 담당했으며 조사에 관여한 경찰관은2∼4명인것으로 드러났다.
◇검진의사=내과의 오씨는, 사고당일인 14일상오11시30분쯤 경찰로부터 『응급환자가있으니 급히 왕진을 와달라』는 전화연락을 받고 간호원1명과 함께 인공호흡용 앰부액과 캄프르주사등 응급처치기구를 챙겨 11시40분쯤 수사단 건물5층으로 갔다는것.
당시 박군은 상의를 완전히 벗은 바지차림으로 조사실 간이침상위에 반듯이 누워있었고 2∼3명의 수사관이 입대 입으로 인공호흡을 하고 있었다.
오씨는 『이미 박군의 동공이 모두 열렸고 변을 배설하는등 여러가지 사망징후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오씨에게『중요한 사람이니 꼭 살려달라』는 말을 여러차례나 반복해 이미 사망이 확실해 보였지만 젊은사람인데다 『방금 이렇게 된것』이란 수사관의 말을 듣고 30여분간 심폐소생을 시도했다는것.
오씨는 박군에게 심장마사지를 하고 캄프르주사 1대를 놓았으며 간호원이 앰부액으로 인공호흡을 시켰다.
오씨는 마사지를 하기전 보통 가슴뼈를 주먹으로 한두번 쳐보도록 되어있어 박군의 경우도 가슴뼈를 치고 가슴뼈 아래쪽을 심하게 눌러 심장마사지를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사체부검결과 박군의 오른쪽 폐에서 나타난 탁구공 크기의 충혈반이나 가슴부분의 멍은 자신의 심장마사지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오씨가 박군의 사망을 확인한 뒤에도 계속 병원으로 데러가 진료해주도록 요구, 낮12시40분쯤 응급실로 데려갔으나 이미 사망한뒤여서 5∼10분쯤뒤 경찰병원으로 박군을 옮겼다.
오씨는 박군이 조사를 받았던 2평가량의 방은 창가에 양변기가 놓여있었고 왼쪽에는 책상 1개, 오른쪽에는 간이침대가 놓여있었으며 천장에는 형광등 1개가 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수사관들로부터 『호흡곤란증세를 일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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