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사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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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7월부터는 미국의 영화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우리영화계에 상륙한다.
지난해 영화법개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제작·배급등 전반적인 영화활동이 가능케됐기 때문이다. 미국영화사들이 몰려들어오면 우리영화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를놓고 영화계는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면서 앞으로의 영화계판도를 점치기에 바쁘다.
영화계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미국영화값이 크게 오르고 그동안 이를 수입해오던 영화사들이 대폭 줄어들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영화사들이 앞으로 미국영화의 「제값 받기」에 노력을 쏟을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영화시장의 규모를 제대로 알지못해 영화를 싸게 팔아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덕분에 그동안 미국영화를 수입해온 영화사들이 한편당 평균 3억원가량의 이익을남겨온것이 사실이다. 유명한 미국의 메이저영화사인 MGM·UA·파라마운트·유니버설등 6개 영화사작품의 해외배급회사인 UIP는 최근 아시아지역배급망까지 재조직, 본격적인 진출채비를 차리고 있다고 근착 버라이어티지는 전하고 있다.
UIP회장 「마이클·윌리엄즈론」은 『한국은 가장 흥미있는 영화시장』이라며 새로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시장이 개방되면 우선 1∼2편의 영화를 직접배급, 그 흥행결과에 따라 영화 값을 새로 책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맞춰 벌써 2월 이후에 나오는 새 작품은 한국영화사에 판매를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영화사들은 지난해 서울에 AMPEC(미국 수출협회지사)사무실을 차리고 자세한 시장조사까지 해갔었다.
이들은 또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선전에 물량공세를 가해 새로운 영화인구를 창출할수 있다고까지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화수입에 쓰일 달러를 6백만달러(지난해 5백20만달러)로 책정하고 있으나 이것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공연윤리의원회가 「수입심의」라는 전가의 보도로 값비싼 외화의 수입을 억제해 왔었으나 앞으로 미국영화사가 직접 들여오게되면 이 보호벽마저 허물어질수 밖에 없게된다.
영화계는 결국 미국영화의 공략을 막아낼 길은 국내영화계의 단결밖에 없다고 보고있다.미국이 아무리 영화값을 올려도 국내업자가 단결해 흥정하면 값을 내릴수도 있으며 극장들이 자제하면 그들이 가져갈 흥행이익금(로열티)의 상승도 어느정도 막을수 있다는 것이다. 극장대표 K씨는 『외화수입창구를 일원화하는것도 좋은 방법이 될수있을것』이라고 말하고 『우선 지금까지 외화값을 부추겨온 외화 브로커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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