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첫 검찰 조사…여 “서면으로” 야 “직접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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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안종범 “대통령 지시” 진술한데다
갑작스런 총리 인선으로 여론 악화
친박계 일부도 수사 수용론 가세
조사 어떻게 할지는 여야 이견

정치권에서도 3일 박 대통령이 검찰조사 또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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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일부 가세했다. 친박계 내에서까지 ‘대통령 조사 불가피론’이 확산된 이유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한 확인 필요성이 커졌고, 갑작스러운 총리 지명으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재단 설립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수시로 기금 모금 등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도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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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스마트폰으로 ‘대통령이 수사받겠다고 기자회견 할 것이라는 첩보가’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갑작스러운 총리후보자 발표로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다”며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문제가 있으면 자신도 조사를 받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대통령이 수사에 성역 없이 응하겠다고 하고 대국민 고백 차원에서 서면조사를 받고, 대국민 사과를 함께 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조사받겠다는 것을 청와대가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조사는) 당 지도부가 따로 건의할 사안도 아니고 건의해서 진행돼야 할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조사방식에 대해서 검사 출신의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상 규명”이라며 “대통령의 기본적인 품위마저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서면조사라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은 대통령 직접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직접 조사든 간접 조사든 실제로 조사가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은 현직으로는 사상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대통령이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BBK사건’으로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퇴임을 앞둔 2012년 11월에는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서면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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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등 그동안 대통령 옹호에 바빴던 법무부 장관과 수사본부장을 즉각 경질하라”며 “대통령의 협조만 있다면 수백 명의 수사 인력과 수백 시간의 조사 과정이 절약되고, 국민들은 신속하게 진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도 “사안의 본질은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에 어디까지,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최고 권력의 옷을 벗고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전날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비박계 의원들이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해소하려면 ‘나를 조사하라’는 대통령 선언이 먼저 나와야 한다”(김재경),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혀야 한다”(심재철)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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