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 개혁신당 포기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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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하순 당의 진로를 결정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신.구주류가 사활을 건 대의원 확보작업에 들어갔다. 신주류는 지지층 확대를 위해 통합신당을 내세우고 있다. 구주류가 의심하는 대로 그것이 개혁신당이 아님을 주장하며 대의원들의 불안감을 씻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구주류는 "신주류가 개혁신당을 포기할 리 없다"고 선전한다.

신주류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金元基)고문은 30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구주류는 '신당파와 청와대가 겉으로 뭐라고 하든 속으로는 개혁신당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나 대통령의 생각은 너무나 빠르게 중간지대로 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때 개혁세력이 중심이 서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신주류 강경파인 정동영(鄭東泳)의원은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론은 이미 철회됐다"고 했다. 개혁신당을 포기한 듯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구주류는 이를 '위장전술'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을 위한 당 밖의 조직이 이미 만들어진 만큼 신주류가 주장하는 통합신당은 명칭과는 무관하게 개혁신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균환 총무도 "민주당은 이미 전국정당"이라며 "민주당이 호남당이고 DJ당이기 때문에 전국정당화를 위해 신당을 창당하자는 논리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대철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묘한 얘기를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것인지, 또 盧대통령과 어디까지 같이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鄭대표가 최근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해 盧대통령을 겨냥해 몇 차례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표시한 데다 구주류 측 입장을 더 이해하는 듯한 행보를 해왔기 때문에 당내에선 그가 '盧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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