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국 최고를 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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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쌀을 가리기 위한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농림부는 고유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1천2백여종의 브랜드 쌀 중 각 시.도가 추천한 51종의 쌀을 대상으로 품질평가를 한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쌀에 대한 체계적인 품질 평가가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천 임금님표 쌀, 철원 오대쌀 등은 이미 출전 채비를 갖추고 옛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부산의 5℃ 이온쌀, 해남의 한눈에 반한 쌀 등은 새로운 가공기법을 앞세워 신흥 강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농림부는 소비자단체협의회 주관으로 8~10월 세 차례 품질 평가를 해 11월에 최종 순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달 실시될 평가는 네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기계를 이용해 쌀의 모양.냄새와 이물질 포함 여부 등을 조사한다. 이어 식품개발연구원의 '맛 전문가'들이 밥맛을 평가해 12종을 추린다. 농촌진흥청은 DNA 분석을 통해 잡종이 포함됐는지를 가려낸다. 엄선한 7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호도 조사도 실시된다.

이렇게 뽑힌 12등까지는 내년 1년간 '러브미(LOVE米)' 마크를 붙이고 쌀을 판매할 수 있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다.

지자체와 업체들은 서로 1등을 자신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농림과 이은수 계장은 "지난 2월 브랜드 파워 조사에서 임금님표 쌀이 1등을 했다"며 "아무리 가공을 잘해도 토양과 품종에서 우러나는 자연적인 맛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농업 벤처기업 풍년농산의 진형구 실장은 "부산 '5℃ 이온쌀'은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하고, 이온수로 세척한다"며 "선입견만 없다면 1등은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여주의 대왕님, 안성의 안성맞춤, 김포의 골드라이스 등도 경쟁에 나선다. 나주의 왕건이 반한 쌀, 전북의 EQ 온고을, 충북 증평의 새로미, 인천의 백령도 암반수 쌀 등도 시.도의 추천을 받았다.

정부가 품질 평가에 나선 것은 국산 쌀이 값싼 외국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품질 고급화뿐이라는 인식에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품질 쌀의 가격은 ㎏당 최고 4천5백원으로 평균 쌀값(㎏당 2천3백원)의 배 수준이다.

농림부 김현수 식량정책과장은 "쇠고기가 수입돼도 품질 좋은 한우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평가를 실시해 품질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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