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대한 원조 모두 사라졌다-미 군사 판매차관 중단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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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미국은 87회계 연도부터 대한군사판매차관(FMS)을 중단함으로써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모든 형태의 원조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것은 국가관계에 있어서는 자립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이미 국민총생산(GNP)의 6%를 국방비에 쏟고 있는 한국의 방위 비 부담은 더 무거워지게되었다.
FMS는 엄격히 따지면 원조가 아니다. 상업차관 보다 약간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이 차관은 2년전까지 5년 거치 7년 상환의 조건으로 제공되다가 현재는 10년 거치 20년 상환으로 상환기간이 길어졌으나 전체 액수는 매년 줄어들었다. 85회계 연도에 2억3천만 달러 있던 것이 86회계연도에는 1억6천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 돈은 차관이기는 해도 사실상 미 국방성이 관장하고 있으면서 미국 무기구입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3년전부터 FMS차관 액수는 그때까지 누적된 차관의 원리금 상환액에 미달하는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무성은 의회에 대해 형식적이기는 하나 이의 증액을 요청해 왔다. 한국측은 따라서 FMS를 받아도 원리금 상환에 전액을 주고도 모자라 무기구입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국이 현재 지고 있는 FMS 차관 총액은 7억4천만 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의회는 한국에 대한 FMS 차관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다른 우방에 대한 군사차관에 포함시켜 표결한다.
의회가 통과시킨 총 차관 액 중에는 이스라엘·이집트 등 의회가 미국 안보에 절박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국별 할당액수를 확정시킨다.
따라서 그런 평가를 못 받는 한국 같은 나라는 나머지 액수 중에서 국무성이 할당을 하게 된다.
이번 경우 의회가 통과시킨 FMS총액은 40억4천만 달러였는데 이중 총37억5천만 달러는 이스라엘·이집트·파키스탄 및 그리스에 미리 책정되었고 나머지 2억9천만달러만 국무성이 재량 껏 한국 등 30여 대상 국에 분배토록 총액으로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을 FMS차관에서 「졸업」시키기로 한 것은 국무성의 결정이다. 국무성 측은 총액 자체가 의회 심의과정에서 20%정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국별 분배액수가 극히 제한되었다는 이유를 첫째로 꼽고 있다.
다음으로는 한국이 「우수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결국 대미 통상관계에 있어서 혹자를 내고 있는 나라에 FMS를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엿보인다.
FMS차관은 높은 금리와 용도상의 제한 때문에 중단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큰 손실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다같이 무거운 방위분담을 하고 있는 우방 중에서 한국을 선별해서 혜택에서 제외시켰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 것 같다.
국무성은 이번 결정과 함께 한국에 대해 지금까지 누적된 FMS차관 전액을 일시불로 상환 하든가 10%의 현행 금리를 현행 상업차관 금리인 7·5%선으로 인하시키는 형식으로 재조정 하든가 양자택일하도록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 방안은 FMS 부채국이 물고 있는 과거의 높은 금리부담을 덜어주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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