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병우·안종범, 무슨 배짱으로 인책사퇴 거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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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우병우 민정수석·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청와대 시스템 붕괴사건’에 따른 인책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발표를 한 엊그제 이원종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비서관 10명이 일괄 사퇴 문제를 논의했는데 두 수석이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아무런 공적 책임을 지지 않은 한 민간인이 국정을 유린하고 왜곡한 ‘최순실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박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 다음 책임자는 대통령 주변의 일탈·비위를 감시해야 하는 민정수석,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운영에 개입해 온 정책조정 수석, 그리고 청와대 보안법령을 무시하고 민간인에게 e메일 문서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정호성 부속실장 세 사람이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대상이거나 앞으로 있을 국회 국정조사·특검에서 가장 먼저 나가야 할 사람들이다. 이런 법적 문제 말고도 이들은 지위의 고하와 직책의 범위를 초월해 청와대 500여 명 직원들 가운데 대통령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던 참모였다.

 이들의 위세와 영향력에 눌려 이원종 비서실장조차 허수아비 신세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떠돌 정도니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병우 수석 등이 사퇴를 거부하는 이유엔 알량한 현직의 이점을 유지하며 검찰·특검 수사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다 뻔뻔스러운 욕심일 뿐이며, 국민들은 이들이 무슨 배짱으로 버티는지 몰라서 어이없어 하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했으면 그에 상응해 책임지는 인물들이 나와야 한다. 지금 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가에선 시국선언이 터져나오고 있다. 집권세력을 구성하는 청와대 전면교체, 내각 총사퇴, 새누리당 지도부 쇄신 요구는 무리한 게 아니다. 다만 급작스러운 권력공백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청와대 수석·핵심 비서진부터 물러나게 해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