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밝힐 청와대 블랙박스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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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입수한 최순실씨의 PC파일에는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 등 청와대 내무문건이 포함된 200여 개 파일이 담겨 있다. 이 파일은 청와대 e메일 계정이 아닌 네이버 같은 포털의 일반 e메일을 통해 최씨에게 전달됐다.

외부로 전송되는 일반 e메일
국정원 보안USB에 모두 기록돼
어떤 자료 언제 줬는지 확인 가능

이와 관련, 청와대가 최씨에게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건네줬는지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전 정부 청와대 출신들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보안USB 저장장치’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26일 “청와대 컴퓨터에서 만든 문건을 외부 e메일로 외부인에게 보내려면 반드시 보안USB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최씨에게 전달된 문건과 파일을 주고받은 시기도 보안USB에 모두 저장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모두 2대의 컴퓨터를 쓴다. 하나는 청와대 내부 통신망에, 다른 하나는 외부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내부 통신망에 연결된 컴퓨터는 외부로 e메일을 보낼 수 없는 청와대 내부의 보고·결재용이다. 청와대 인사가 최씨에게 일반 e메일을 보내려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의 사전 허가부터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은 뒤에도 국정원이 개인별로 지급한 보안USB로 파일을 옮긴 뒤 외부망과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서만 e메일을 보낼 수 있다.

파일의 종류와 시기 등 e메일이 오고 간 모든 과정은 보안USB에 내장된 칩에 저장된다. 청와대 자료의 터미널 역할을 하는 보안USB가 블랙박스로 불리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현재 쓰고 있는 청와대 전산망은 노무현 정부가 그때까지 쓰던 ‘이지원(e知園)’ 자료를 통째로 복사해 나간 뒤인 2008년 새로 구축한 ‘위민(爲民)’ 시스템”이라며 “보안USB를 의도적으로 파기하지 않았다면 최씨가 받은 것으로 확인된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군사기밀 사항 외에도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받아 국정에 개입했는지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 등 외부 인사에게 일반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권한은 부처와의 접촉 등으로 불가피하게 필요한 최소 인력에게만 부여된다”며 “허가를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조사 대상자를 좁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로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권한은 총무비서관이 부여해 왔다. 현재 총무비서관은 이재만씨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출신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과거에도 외부에 e메일을 보낼 때는 정보보안팀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다”며 “최순실씨에게 e메일로 비밀문건까지 상시적으로 보고하거나, 전산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청와대 검문을 무시하고 문건을 들고나가 전달했다면 최고 통치권자의 묵인하에 이뤄진 총체적인 청와대 시스템 붕괴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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