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나서단 역풍” 하야·탄핵 목소리 잠재운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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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분주한 정치권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야당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하야 주장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씨가 연설문은 물론 대북 관련 기밀문건도 사전에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의총서 일부 의원들 강경 목소리
중진들 “말 줄이고 상황 주시할 때”
“이재만, 밤에 잔뜩 서류들고 외출”
박영선 2년 전 국회서 문제 제기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설훈·이용득 의원 등은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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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른 나라 보기에 국격도 떨어졌고,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우리가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하려면 최소한 하야는 주장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 의원은 “상식적으로 (박 대통령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하야하게 되면 60일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어떤 상황으로 갈지 모르니 비공개적으로 TF를 만들어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고) 계속 버티고 미적거려도 결국은 탄핵 국면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하야하고,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 국가 권력을 모두 넘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당론에 탄핵이나 하야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최순실 게이트 특검 추진과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지금 섣불리 나서다간 역풍을 맞는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이해찬 의원은 “의원님들 말씀이 지나쳐선 안 된다. 지금은 예측 불가능성이 큰 만큼 이럴 때일수록 말을 줄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민병두 의원도 “우리는 책임과 안정을 기조로 움직여야 한다. 사실상 하야 가능성은 작고 국민 불안만 키운다”고 말했다. 안규백 사무총장은 “우리 입장에선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정국이 너무 급작스레 쏠리면 여당 내에서 이탈이 생겨 제3지대 형성이 두꺼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씨에게 사전 유출된 것과 관련해선 2년 전 국회 운영위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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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2014년 7월 7일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서류를 들고 외출한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박 의원은 당시 이재만 비서관에게 “이 비서관이 서류를 잔뜩 싸 들고 밤에 외출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더라. 왜 밤에 자주 외출하느냐”고 묻자, 이 비서관은 “특정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청와대에서 집으로 갈 때 제가 (작업)하다 만 서류라든지, 집에서 보기 위한 자료들을 갖고 가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서류를 함부로 집에 가져간 것이냐. 대한민국이 잘못돼도 굉장히 잘못돼 가고 있다”며 “왜 밤에 자주 서류를 싸 들고 외출하는지 서면답변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지상·위문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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