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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부인 참여 ‘준법경영위’ 출범…정책본부는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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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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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투명 경영을 감시하는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설치 등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롯데그룹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가 설치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정책본부는 인원과 기능이 축소된다. 그룹 내 실권을 계열사로 분산시키고 외부 인사에게 투명 경영에 대한 감시 권한을 주겠다는 의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신 회장이 고개 숙인 건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만이다. 당시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지배구조 개선 등 그룹 개혁을 약속한바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의사결정 문제”
덕망있는 법조인 위원장 영입할 계획
계열사 17곳 경영 실태 지속 점검
호텔롯데 상장 빠른 시일 내 재추진
5년간 40조 투자 7만 명 신규 채용

신 회장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구조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쇄신안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쇄신안은 당시 개혁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들을 담고 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증여세 탈루 등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리잡은 롯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쇄신안의 핵심인 준법경영위원회는 회장 직속 상설 기구로 설치해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계열사 준법 경영 실태 점검과 개선작업을 진행한다. 현재 롯데는 자산 1조원 이상의 계열사 17곳에서 자체적으로 투명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지만 이를 총괄하는 조직이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위원장에는 법조인 출신 인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회장 직속 기구인만큼 단순한 자문이나 조언을 하는 기구가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가진 기구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준법’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면서도 덕망있는 법조인 출신을 위원장으로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부 인사의 힘이 세지는 반면, 내부 실세들의 요람이자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는 쪼그라든다. 현재 7개 부서 300여 명의 방대한 규모로 조직된 본부의 인원은 줄고, 계열사 지원 업무로 기능이 축소된다. 2004년 본부가 설립된지 12년만에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외국계 업체로부터 조직 개편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면서 “이르면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상 연말에 이뤄지는 정기 인사에서 정책본부는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내년 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본부 인원과 기능이 확정이 되면 또 한번 인사 요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책본부장(고 이인원 부회장)이 공석인 가운데, 황각규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도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는 지난번 개혁안에 포함됐다가 검찰 수사 시작으로 무산된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한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99.3%에 달하는 일본 주주 비율을 낮추고 ‘일본기업’ 논란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 회장이 재판을 앞둔 상황이어서 상장 시점은 불투명하다. 롯데 측은 증권 감독기관과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용과 투자 확대를 통한 국가 경제 기여 방안도 쇄신안에 담겼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40조원을 투자해 7만 명을 신규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수사 이후 사실상 투자가 올스톱된 올해를 제외하고 롯데는 매년 6~7조원을 투자해왔다. 이 액수보다 투자 액수를 더 늘리고 고용도 매년 10%씩 늘려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도 사실상 포기했다.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뜻이다.

글=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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