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의존해 3분기 0.7% 성장…제조업 성장률은 7년6개월만의 최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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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3분기에 0.7%(전분기 대비) 성장에 그쳤다. 그나마 부동산과 추가경정예산에 의존한 결과다. 갤럭시노트7 교환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등이 겹치면서 제조업 성장률은 7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GDP는 377조9524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2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이다.

제조업은 -1.0% 성장을 기록해 뒷걸음쳤다. 2009년1분기(-2.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서 2분기에 1%를 기록했던 민간소비 증가율도 0.5%로 둔화했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설비투자도 -0.1%로 뒷걸음질쳤다. 수출도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부동산 관련 지표들은 호조를 보였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3.9% 증가했고, 건설업도 4.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업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업종은 올 여름 더위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16년9개월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전기가스수도사업(6.9%) 뿐이었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이 1% 성장한 배경에도 부동산 및 임대업(1.2%)의 역할이 컸다.

업종별 성장기여도에서도 부동산의 위력은 감지된다. 제조업의 성장기여도가 전기 대비 -0.3%포인트 낮아졌지만,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0.2%포인트와 0.6%포인트 높아졌다.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제자리걸음이었지만,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0.6%포인트 높아졌다. 추경의 본격적인 집행 등으로 정부소비가 1.4% 늘어난 것도 성장률을 지탱해준 요인이 됐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 2.7%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이 0%보다 높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연간 GDP가 1464조2441억원이었고, 올해 1~3분기의 GDP총합은 1125조6582억원이다. 이 때문에 4분기GDP가 3분기GDP(377조9524억원) 수준을 유지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줄어들더라도 반올림시 2.7%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달성될 수 있다. 4분기 성장률이 0.3% 이상이면 정부 예상치인 2.8%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현실을 감안할 때 4분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으로 떠받치는 경제의 위험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조업은 4분기에도 부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은 3분기 GDP 산정 때 갤럭시노트7 사태의 파장을 대부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단종 결정이 내려진 건 10월 이후의 일이다. 애플의 아이폰7, LG V20 등 신형 휴대폰들이 있지만 내수와 수출에서 갤럭시노트7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파업 기간 중 자동차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 후유증이 4분기에 여파를 미칠 수 있다. 김영란법의 본격시행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 추경 효과의 소멸 등도 4분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들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규제로 4분기 이후 건설경기가 급랭할 수 있고 추경 효과도 떨어질 수 있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은 한번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최소한 2년은 지어야 하는 업종이라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따라 건설업 경기가 급변하진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유가 반등 등의 영향으로 2분기보다 0.3% 감소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박진석·김경진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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