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KB손보, 전체 1순위로 세터 황택의 지명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대학 최고 세터 유망주 황택의(20)를 얻었다.

지난해 최종순위 6위로 35%의 확률을 얻었던 KB손해보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구슬을 선택했다. 지난해에도 노란색 구슬을 골랐지만 3순위까지 밀렸던 KB손보의 불운은 1년만에 행운으로 바뀌었다. 김형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장이 로터리를 돌려 뽑은 구슬은 노란색이었다. 강성형 KB손보 감독은 주저없이 황택의의 이름을 불렀다.

황택의는 성균관대 2학년으로 키 1m89㎝, 체중 77㎏의 세터다. 큰 키와 안정된 토스웍에 센스까지 갖춰 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했다. 1학년인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선발됐으며 올해는 AVC컵 국가대표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줄곧 세터 문제로 고민했던 KB손보는 4년만에 잡은 1순위 지명권을 세터에 사용했다. 15%의 확률을 가졌던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도 "낮은 확률이었지만 우리가 1순위가 되더라도 황택의를 찍었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배구 드래프트 사상 세터가 전체 1순위로 뽑힌 건 처음이다. 그 전까지는 유광우(삼성화재·2007년)와 이민규(OK저축은행·2013년)이 2순위 지명을 받은 게 최고였다. 황택의는 최연소 전체 1순위 선수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강성형 KB손보 감독은 "좋은 선수라 고민하지 않았다. 이효동이 전역해 세터가 4명이 되지만 올시즌에도 기용해 볼 생각. 서브가 좋기 때문에 일단 원포인트 서버부터 시작하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택의는 "어제 꿈도 안 꾸고 푹 잤다. 기사를 보고 조금은 예상했다"고 했다. 그는 "서브가 내 장점이다. 체력과 느린 발을 보완해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택의는 "고교 때부터 빨리 프로에 가고 싶었다. 이번이 좋은 계기였던 것 같았다. 롤모델은 권영민 선배"라고 했다. 황택의는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이 성균관대를 지휘하던 시절 5개월 간 가르침을 받은 인연이 있다. 황택의는 "드래프트장 오는 길에 잠깐 만나서 감독님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만날 수도 있었는데) 인연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세터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신인왕도 가능할 것 같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순위 역시 세터였다. KB손보에 1순위를 내준 우리카드(50%)는 중부대 세터 하승우를 지명했다. 청소년 대표를 거친 하승우는 대학리그 중부대 돌풍의 주역이었다. 지난해 23세 이하 세계선수권 대표로 선발됐고, 올해 대학리그 세터상을 받았다.

하승우는 "지방대 출신이라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싶었지만 뽑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수도권 대학 입학을 하려고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아 중부대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3학년인 하승우는 "아버님이 힘들게 일하시기 때문에 빨리 프로가 돼 효도를 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승우는 "택의는 안정감이 있는데 저는 부족하다. 저보다 잘 하는 걸 알지만 따라가보는 데까지 따라가 보고 싶다"고 했다.

3순위 지명권은 대한항공이 행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세터 강민웅과 센터 전진용을 내주고 한국전력 센터 최석기를 받으면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함께 받았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유일한 고등학생 지원자 허수봉(경북사대부고)을 선택했다. 허수봉은 청소년 대표를 거쳤으며 1m97㎝의 장신임에도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수봉은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1라운드 뒤쪽 정도에 뽑힐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치님께서 1라운드에 지명될 기회가 있을 거 같다'고 조언을 해주셔서 대학보다는 프로행을 선택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이어 4순위로 인하대 3학년인 레프트 김성민을 지명했다. 김성민 역시 각급 대표팀을 거쳤으며 서브와 공격력이 좋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김학민·곽승석·정지석 등 레프트 자원이 풍부하다. 김성민은 "서브가 자신있기 때문에 일단 원포인트 서버라도 나가서 일단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이번 드래프트 대상자 중 최장신(2m8㎝)인 성균관대 센터 정준혁을 뽑았다. 현대캐피탈은 성균관대 레프트 이시우, OK저축은행은 홍익대 레프트 박철형을 선발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총 37명이 참가해 21명(수련선수 5명)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지명순위에 따라 1500만원~1억5000만원의 입단계약금을 받으며 연봉은 3000만원으로 같다. 번외로 지명된 수련선수는 2400만원을 받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17 프로배구 남자 드래프트

구단 KB손해보험 우리카드 한국전력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OK저축은행
1R 황택의(성균관대·S) 하승우(중부대·S) 허수봉(경북사대부고·L) 김성민(인하대·Li) 정준혁(성균관대·C) 이시우(성균관대·L) 박철형(홍익대·L/Li)
2R 신해성(홍익대·L) 김량우(중부대·C) 석정현(성균관대·R/C) - - 차영석(인하대·C) 조재성(경희대·R)
3R 박민범(한양대·Li) - 박대웅(경기대·R/C) - - - -
4R 백민규(한양대·L) - 정진연(경기대·Li) - - - -
수련 - 송지민(경남과기대·S) - 추도빈(경희대·S) 임동호(목포대·Li) - 배인호(성균관대·L)
이창준(목포대·R/C)

*확률추첨제 실시 : 우리카드(50%), KB손해보험(35%), 한국전력(15%). 1순위-KB손해보험, 2순위-우리카드, 3순위-한국전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