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향토문인들 지방문단서 재조명활발|동인지 『경산문학』 『호서문학』등서 특집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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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0년대에 뚜렷한 문학업적을 남긴 향토 출신의 작고문인들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지방 문단에 의해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경북 경산군에서 펴내는 『경산문학』(2집)과 대전을 중심으로 간행되는 『호서문학』(12집) 등에서는 그 고장 출신 문인인 백신애·박노갑·윤곤강 등 한때 우리문단을 대표했으나 젊은 나이에 아깝게 천절해 이제는 잊혀져 가는 작가·시인들에 대해 최초로 본격 연구를 시도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부산문인협회가 발간하는 『부산문학』(19집)은 역시 부산출신 작고 문인인 김말봉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고, 조치원에서 펴내는 『백수문학』(20집)은 지방문인으로 일생을 보낸 자가 안인섭을 각각 특집으로 다뤘다.
이중 『경산문학』은 총 2백79쪽중 1백30쪽을 백신애특집으로 다루고 있어 전체분량의 40%이상을 차지하는 큰 기획을 마련했다. 게재된 원고만 해도 백신애의 생애·주변환경·문학세계 등을 80쪽에 걸쳐 총체적으로 다룬 시인 김윤식씨의 논문 『백신애연구초』를 비롯해 『꺼래이』 『적빈』 『악부음』 등 3편의 단편이 실렸다.
백신애(1908∼39)는 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당선되어 우리 문단사상 최초로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여류작가.
부유한 미곡 거상의 외동딸로 태어난 그녀는 공립보통학교의 훈도로 있던 19세때 항일녀성운동을 하다 추방당했고 작가로 등단하기 전에 한동안 시베리아 방낭생활까지 겪는다. 21세때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박화성·강경애 등과 함께 30년대 조선 문단의 여류3총사로 두각을 나타낸다.
백신애는 39년 불과 31세의 나이로 부절할 때까지 경북 경산에서 사과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특히 농촌 빈민층의 학대받는 여인을 소재로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그녀는 10년간의 문단생활을 통해 미완 장편 1편, 중편 2편, 단편 16편과 수필 25편을 각각 남겼으나 그녀에 대한 연구는 매우 소홀한 편이었다.
박노갑(1905∼51)은 30, 40년대에 매우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였으나 6·25동란중 사망한후(추정) 거의 잊혀진 작가. 논산 출신인 그에 대한 특집을 『호서문학』이 50쪽의 지면을 할애해 마련했다.
소설가 최혹씨의 논문 『도촌 박노갑의 생애와 문학』, 윤석달씨(한국항공대교수)의 논문 『고통의 시대와 삶의 양식』, 박씨의 차남 정규씨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 등이 다채롭게 실렸다. 특히 박노갑에 대한 연구는 우리 문학사상 최초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높다고 할수 있다.
박노갑은 일본 법정대를 졸업하고 조선중앙일보에 입사할 때쯤인 33년 단편 『안해』를 중앙지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 그 이후부터 48년까지 『사십년』 『홍수』 등 장편 1편, 중편 2편, 단편 50여편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최혹씨는 『박노갑이 문학사에서 잊혀진 이유중의 하나는 작품의 성격이 경향·순수중 어느 쪽이라고도 할수 없는 불분명한 것에 있다』고 밝혔고, 문학평론가 이재선씨는 『그의 외편 「사십년」만큼 일제의 상황과 그속에서의 삶의 모습을 결산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은 그리 흔치않다』고 지적했다.
또 『호서문학』은 39세의 나이로 타계한 충남 서산 출신의 시인 윤곤강(1911∼50)에 관한 특집도 함께 마련했다.
허시강씨의 논문으로, 동인지 『낭만』 『시인춘추』 『자오선』 『표』 등을 통해 30년대 문단에서 큰 활동을 벌였으나 최근 망각되어가는 윤곤강에 관해 재조명했다.
이같은 지방 동인지들의 향토 작고 문인들에 대한 특집붐에 관해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이와같은 작업은 매우 절실한 일인데도 그동안 너무 소홀히 버러져 왔었다』며 『백신애·박노갑 등에 대한 본격적인 재조명 작업은 매우 큰 업적이자 지방동인지가 우리 문화에 크게 이바지할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고 지적했다. <양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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