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이념적 역할 크다|펜클럽 세미나 유종호씨 등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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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학의 이데올로기적 역할과 기능은 크다. 문학에서 이념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고 잠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문학 속의 이념이 호소력과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은 잠재가능성으로 함축되어 있을 경우다.』
문학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 같은 견해는 29일부터 이틀간 인천올림포스호텔에서 열린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장 전숙희)의 가을세미나에서 유종호·김용권씨 등에 의해 발표되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씨는 『사람살이의 실상을 여러모로 그 현장의 개별적 직접적인 구체 속에서 탐구하는 문학에서 엄밀한 의미의 가치중립적 입장이란 허용되지 않는다』며 『언어를 매개로 한 문학에서 이데올로기로부터 안전한 자유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문학에서 이념이 명시적·현시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적 수준의 함축으로 잠재되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제하고 『문학 속의 이념이 호소력과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은 잠재가능성으로 함축되어 있을 때』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념의 현시적 성격이 두드러진 자가일수록 호소력이 약하다고 보았다.
유씨는 또 문학의 이념이나 의미는 추상적인 메시지로 요약될 수 없으며 단수한 메시지로 요약 가능한 작품일수록 전체적 이미지는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용권 교수는『문학의 이데올로기적 역할과 기능은 문학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문학은 개인이 국가·사회·집단의 중요한 이데올로기의 지각적·상징적 형태에 눈뜨게 하고 그 속에 몰입케 하는 교육적 기능을 맡고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속에서도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이 있으며 문학의 성패가 문학의 내적 기준에 따라 평가될 것인지 또는 이데올로기의 타당성에 따라 판단될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정하은 교수(한신대)는 『우리문단은 해방이후 비일본화 논의를 거치지 못했고 6·25, 월남전을 거치면서도 통일론과 반전문제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독일의 경우 종전과 함께 비나치화논쟁을 철저히 했고 60년대에는 산업사회에서의 비인간화과정에서 동독의 사회주의체제와 서독의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비판을 철저히 했다』고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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