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부검영장 집행 시도했다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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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고(故) 백남기씨의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경찰력을 배치했다가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 측의 반발로 3시간 만에 철수했다.

3시간 대치…내일 영장 집행시한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23일 오전 10시쯤 경찰 800여 명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에 배치하고 부검영장 집행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영장 집행을 위해 강제 진입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백남기씨 딸 백도라지(34)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겠나. 협의라는 명분을 쌓고 강제집행하려는 꼼수다.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본부 측은 장례식장 1층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강제 진입에 대비했다. 그러자 시민 등 50여 명이 한때 쇠사슬을 몸에 묶고 입구를 막기도 했다. 갈등 조짐이 커지자 현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고 경찰과 유족 측 법률대리인들이 장례식장 밖에 설치된 천막에서 만났다. 여기서 경찰 측은 “유족이 직접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철수하겠다”는 뜻을 법률대리인을 통해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날 경찰과 유족의 직접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서장은 “경찰과 협의하지 않겠다는 유족의 입장을 존중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철수하겠다”고 밝힌 뒤 오후 1시20분쯤 경찰력을 철수시켰다.

경찰은 앞서 6차례 부검 관련 협의를 요청했지만 유족 측은 거부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명분 없는 부검영장 집행을 위한 모양 만들기 꼼수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사망 원인은 명확하다”며 앞으로도 부검을 위한 협의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부검영장 집행 시한은 25일이다. 시한 만료 전 경찰이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할 경우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시한을 넘긴 뒤 영장을 재신청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반 사정을 고려해 강제집행이나 재신청 등을 모두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윤정민·김나한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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